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누리호 발사지 전남 고흥 팔영산 가을 등산 코스)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하늘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갖춘 발사체가 있다. 이른 시간 발사대에 우뚝 선 누리호의 모습은 고요한 어둠 속에서도 묵직한 긴장감을 풍긴다.
이 특별한 순간이 펼쳐지는 고흥은, 우주로 향하는 기술의 땅이면서 동시에 자연이 품은 산세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발사 소식으로 눈길이 쏠린 지금, 이 지역이 지닌 또 다른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겨울빛이 서서히 번져드는 산길에서 찾을 수 있는 고흥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팔영산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누리호 발사지 전남 고흥 팔영산 가을 등산 코스)
팔영산은 고흥에서 널리 알려진 산세로, 아홉 개 봉우리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독특한 지형을 품고 있다.
특히 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한 코스는 차량으로 일정 고도를 확보하고 출발하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정상부에 닿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유 있는 걸음으로 올라도 약 40분이면 정상인 깃대봉에 닿을 만큼 부담이 덜한 편이다. 다만 짧다고 얕볼 수는 없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누리호 발사지 전남 고흥 팔영산 가을 등산 코스)
초기 구간부터 경사가 가파르게 이어져 잠시만 걸어도 몸이 금세 데워진다. 산행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오히려 리듬을 잡기 좋은 코스라 할 수 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이 길은 단풍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짙은 녹음 사이로 번져 나오는 붉고 노란 잎사귀가 능선을 물들이면, 숲길은 한층 더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숲의 향이 짙게 내려앉은 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곳에서 정상 깃대봉을 향해 방향을 잡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누리호 발사지 전남 고흥 팔영산 가을 등산 코스)
정상부에 서면 남해의 바다가 넓게 펼쳐진다. 바다 위로 흩어진 섬들이 차분한 윤곽을 드러내며, 흐린 날에도 아스라한 매력이 느껴진다.
시정이 완벽하지 않아도 고흥과 여수를 잇는 해상의 구도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가을 특유의 부드러운 색감이 더해져 조망은 한층 잔잔하게 다가온다.
깃대봉에서 바라본 첫 봉우리 적취봉은 능선의 시작을 알리는 지점이다. 봉우리들은 암릉이 이어지는 형태를 띠고 있어 산세가 단단하고 힘차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누리호 발사지 전남 고흥 팔영산 가을 등산 코스)
산행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는 여덟 개 봉우리를 잇는 긴 능선 코스가 또 다른 즐거움이지만, 가을철에는 기상 상황과 통제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적취봉 인근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암릉의 특성이 살아 있어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스며들고, 단풍빛 능선이 사방을 물들일 때면 가벼운 산책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곳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누리호 발사지 전남 고흥 팔영산 가을 등산 코스)
팔영산은 접근성, 코스 구성, 조망이라는 세 요소가 균형을 이룬 곳이다. 가을철에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며 붉은 능선을 따라 걷는 산행만으로도 하루를 꽉 채울 만한 가치가 있다.
고흥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누리호 발사로 주목받는 지역이라는 점까지 더하면 여행의 목적은 더욱 선명해진다.
우주를 향한 도전이 이루어지는 땅에서, 자연이 선사하는 풍경을 만나는 경험은 흔치 않은 조합이다.
팔영산이 보여주는 풍경은 계절마다 다르지만, 가을이면 그 매력은 유난히 선명해진다.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남해를 내려다보는 순간, 산행의 즐거움과 자연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올해 단풍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고흥 팔영산이 품은 가을빛을 직접 만나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