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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도 초록을 품다, 죽녹원에서 만나는 담양의 정취

by 트립젠드

겨울에도 고요한 대나무 숲 매력
담양 여행에서 꼭 들러야 할 곳
사계절 머무는 푸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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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담양 죽녹원 겨울 눈 내린 풍경)


어느 계절보다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시기, 겨울 숲길을 거닐면 바람의 결이 이전보다 섬세하게 다가온다.


잎이 적어진 산길과 달리 이곳은 계절의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듯 푸른 기운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길가에 스치는 가벼운 바람은 한층 차갑지만, 그 안에서 묘하게 따뜻한 안도감이 피어오른다.


붉거나 노랗게 물드는 풍경 대신 푸른 결로 사계절을 채우는 곳, 그 고요한 울림이 여행자를 천천히 이끈다. 그렇게 발걸음을 붙잡는 겨울의 담양에는 한 번쯤 머물러보고 싶은 자연의 깊이가 깃들어 있다.


겨울에도 푸르게 살아 숨 쉬는 대숲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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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담양 죽녹원)


담양읍 향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에 드러나는 울창한 대나무 군락이 죽녹원이다.


약 16만㎡에 달하는 이 숲은 성안산 자락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대나무가 사계절 내내 짙은 색을 지켜 겨울에도 변함없는 풍경을 선물한다.


돌계단을 따라 천천히 오르다 보면 굳어 있던 근육이 자연스럽게 풀리고, 대 사이로 스며드는 찬 바람이 머릿속까지 맑게 정리해준다.


댓잎이 스치는 소리가 일정한 박자처럼 이어져 걷는 내내 주변 잡음이 잦아드는 듯하다. 햇빛이 잎사귀 사이로 떨어질 때면 겨울 특유의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는 은은한 따스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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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담양 죽녹원)


숲 안쪽에서는 대나무 잎의 이슬을 머금고 자란다고 알려진 죽로차가 자생하는데, 산책을 마친 뒤 이 차 한 잔으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하다.


숲길은 총 2.2km로 조성되어 있으며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철학자의 길 등 여덟 갈래로 나뉜다. 각 길은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 겨울에도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시작점인 전망대에 오르면 담양천과 300년 넘게 자라온 관방제림의 울창한 나무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멀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겨울에도 색을 잃지 않고 고요한 장면을 담아낸다.


생태전시관과 인공폭포, 야외공연장 등이 곳곳에 있어 긴 산책 중 자연스럽게 쉬어갈 수 있다. 밤에도 산책할 수 있도록 대숲 곳곳에 조명이 설치돼 겨울 저녁의 정취를 느끼기에 알맞다.


천천히 걸을수록 깊어지는 숲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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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담양 죽녹원 겨울 눈 내린 풍경)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의 소리가 귀를 채운다. 숲 특유의 촉촉한 향과 공기가 겨울의 매서움을 누그러뜨리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걷는 이들은 종종 발걸음을 늦추며 대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 패턴을 한동안 바라보게 된다. 햇빛이 비스듬히 떨어지는 시간대라면 줄기마다 생긴 그림자가 서로 겹쳐져 깊은 색채를 만든다.


산책로 중에서도 운수대통길은 비교적 대가 조밀하게 모여 있어 겨울 숲의 정적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일정한 간격으로 쉬어갈 벤치와 정자가 자리해 중간에 한 번쯤 머물기 좋다.


겨울 오후가 어스름해질 때면 숲의 분위기는 더욱 포근해지는데, 대 사이로 스며드는 은은한 금빛이 특별한 풍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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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담양 죽녹원 겨울 눈 내린 풍경)


대숲이 좌우로 펼쳐져 있어 걸음을 멈출 때마다 마치 푸른 장막 사이에 서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은 구간이 많아 여유롭게 둘러본다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를 잡는 것이 알맞다.


길 대부분이 평탄하여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나 아이 동반 일정에도 부담이 없다.


차분한 리듬을 가진 대숲은 걷는 시간만으로도 마음의 속도를 늦추게 하고, 겨울여행에서 흔히 느끼는 삭막함 대신 온화한 정취를 더해준다.


짧은 고민들이 자연스레 정리되었다는 방문객의 표현처럼, 죽녹원은 사계절 중에서도 특히 겨울에 그 가치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소다.


담양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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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담양 죽녹원 겨울 눈 내린 풍경)


죽녹원은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계절 변화에 둔감한 대나무의 특성 덕분에 겨울에도 색을 잃지 않고, 여행자는 푸른 숲을 따라 걷는 동안 자연이 주는 위안에 차츰 젖어든다.


일반과 청소년, 어린이 구분에 따른 입장요금이 정해져 있고, 담양군민과 65세 이상 등 일부는 신분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겨울 담양을 계획한다면 죽녹원은 일정에서 반드시 포함할 만한 곳이다. 잎을 잃지 않는 숲이 주는 안정감, 조용한 산책로가 선사하는 위안, 그리고 계절을 거슬러 흐르는 초록의 깊이가 여행의 밀도를 한층 높여준다.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공간,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죽녹원은 담양의 자연을 가장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필수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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