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만난 건 운명이었다." N사 포털 사이트 나의 갤러리 소개글에 적었던 문장이다.
지금 보면 참 거창한 문장이었다. 사진을 말하면서 운명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까? 돌아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그만큼 그 시절에는 사진이 좋았던 거 같다. 지금은 그때처럼 열정도 시간도 정신적 여력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마치 세상에 전부였던 것만 같다. 여러 수식어를 달아보던 시절이었다. 수많은 사진가들의 명언을 읊조려봤던 시절이었다. 20대 중후반부터 내 삶을 관통하는 사진이라는 커다란 키워드는 삶 속에서 떼려야 떼어낼 수 없는 하나의 주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황하던 시절, 친구의 손에 이끌려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며 웹 마스터 과정을 수료했다. asp, php, 자바스크립트, 윈도우 2000 서버, 웹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샾등을 공부했다. 그 짧은 6개월의 시간 동안 인생의 새로운 항로를 그려봤다는 표현은 조금은 과한 표현일까? 어쨌든 본의 아니게 어리다는 이유로 반장을 맡아 같은 원생들과 여행도 다니고 공부하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정확히는 어려운 공부였지만 마음속에 부담이 없었기에 하고 싶은데로 막 해도 되는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마인드나 지금이나 크게 다른 건 없었던 거 같은데 그 시절에는 마냥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던 것도 같다. 한편으로는 아무 고민도 걱정도 없는 철없는 20대 중반의 젊은이였다 랄까, 뭐 그렇다. (미소)
어쨌든 이 시절까지는 군 휴학 후 음악에 취해 DJ시절의 향취가 남아있던 시절이라 여전히 음악에 빠져 있던 시절이라 원생들을 상대로 음악을 추천하고 들려주는 그런 시절이었다. 과정을 수료하고 제로보드(php언어 모델 기반)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벅스뮤직처럼 흉내 내듯이 내 방송을 녹음하고 웹 호스팅을 받아서 나의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클릭만 하면 내 방송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물론 광고를 할 줄 몰라서 지금의 개인 SNS 같은 것이었으나 주변지인 몇몇만 아는 소개 홈페이지였다. 어쨌든 나는 시작하면 구상하는 데로 실현하는 재주가 있는 편이다. 완성도는 부족할지 몰라도 끝내는 시간이 걸릴 뿐 하고 싶은데로 하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한 내가 사진을 만났다. 이것은 곧 나름의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처음 사진을 접한 시절은 98년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더 오래전 일 수도 있겠다. 96년 드라마 첫사랑에서 박상원 배우의 연기한 캐릭터가 멋지게 다가왔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사진을 담는 장면이었다. 쉴 틈 없이 풍경을 바라보며 필름을 감고 찰칵, 찰칵 소리를 내며 사진을 담는 배우의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 마음속에 지금까지 남아있다. 기억은 그렇게 오래 남아 잔상을 남기고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를 가입해서 몇 번 나가며 사진들을 보면서도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했지만 역시나 여건은 허락되지 않았고 여전히 해보고 싶은 마음만큼 실행력은 부족해서 이상향으로 남겨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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