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어느 날이었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서울 등 타지에 나가 있어 같이 놀 친구들이 없었다. 또래 친구들과 나눌 수 대화가 있을 텐데 또래 친구가 없다 보니 직장 동료나 가족들과의 대화는 공감을 얻기 어렵던 시절이었다. 나도 그들을 따라 큰 도시로 갔어야 했나 생각하기도 했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공부하고 취업하느라 그 마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혼자 남겨진 느낌이었다.
당시 가장 큰 포털 사이트였던 D사의 카페에 친목 모임을 검색했다. 2030 직장인 모임이 있었고 내가 사는 지역방에 들어갔다. 모임을 나갔고 우연히 인상 좋아 보이는 형을 만났다. 당시만 해도 부끄럼을 많이 타는 편이라서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볍게 대화하고 맥주를 마셨다. 메신저 아이디를 교환했다. 직장 업무를 보던 어느 날 그에게 연락이 왔다. 활성화되어 있는 여행 동호회가 있다고 추천했다. 어차피 주말에는 딱히 약속도 없었고 결국 여행 동호회에 가입했다. 20대 후반 새로운 놀이터가 생겼다. 날마다 올라오는 글들을 읽고 댓글을 달고 포켓볼, 볼링, 연극 & 영화 & 공연 소모임이 있어서 시간 맞는 날에는 모임을 신청해서 나갔다. 난생처음 연극관람을 했다. 소현세자와 인조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관람하고 참석자들과 뒤풀이 모임에서 감상 소감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 등을 나눴던 기억도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이다. 여행에 참여했다. 한 친구가 딱 봐도 좋아 보이는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다. 그 시절 우리는 그를 "찍사"라 불렀다. 뭔가 부럽기도 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내 눈에는 그것은 카메라라는 기계가 아니었다. 저 장비가 있다면 사람들과 더 잘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그래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내느니 빚을 내서라도 일단 카메라를 구입해 보자" 당시 DSLR 기종 중에서 무난하면서 구매 가능한 인물사진에 인기가 좋았던 C사의 보급기종을 구매했다. 그 마저도 사회 생활한 지 얼마 안 된 상태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지름신 강림을 막지 못했으니 마르고 닳도록 사용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카메라를 영접했다. 블랙바디의 이 카메라는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제법 있어 보이는 전문가용 카메라처럼 느껴졌다. 보급기종이긴 하지만 사용자의 의도대로 카메라 설정을 한다면 일반 디카(일명 똑딱이)에 비해서는 선예도나 해상도가 월등한 카메라였기에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수동 필름 카메라를 만져봤다면 접근하기가 쉬웠겠으나 그 기계적 성능을 익히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공부가 필요할지 알 수 없었다.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운 법 일단 사진 동호회에 가입했다. 초보 강좌를 나가봤다. 기초 강의를 들었다. 하지만 막상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나가보면 무엇을 찍어야 할지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결국 공부가 필요했다. 한번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든 끝을 보는 성격으로 승부욕이 강한 나로서는 부딪히는 방법 밖에 없었다.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점에 들러서 사진 관련 책들을 훑어보고 몇 권의 기본 서적을 구매해서 천천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셔터를 눌러보고 기회가 될 때마다 밖에 나가서 여러 구도를 잡아 보고 셔터속도도 바꿔보고 매뉴얼 모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정답을 찾아가려 노력했다. 그리하여 점차 연차가 쌓일수록 사진이 조금씩 보인다 해야 할까? 피사계의 심도의 정의를 내려보고 구도와 빛을 다루는 연습을 반복한다. 잘 알지도 못하지만 플래시까지 구매하고 삼각대를 구매하고 필터도 이것저것 써보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결국 사진은 빛이다. 그러다가 또 깨달았다. "사진은 마음이다."
2007년 부터 시작해서 20여 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나는 아마추어이다. 그저 사진을 취미로 한다.“취미 사진가”라 부르기로 했다. 여전히 카메라를 손에 쥐면 마음이 흔들린다. 무엇을 담아야 할까? 또는 무엇을 담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수많은 질문 속에 휩싸인다. 처음 사진을 접한 이후로 네 번의 카메라를 바꿨다. 2번의 외장플래시를 고장 내먹고 지금은 조명세트를 구입해 놓고 바쁜 핑계로 놀리고 있다. 한참 표준 줌렌즈부터 광각, 망원 렌즈까지 써보다가 그마저 다 정리하고 50mm f1.8 렌즈 하나만 달고 다닌다. 그렇게 플프레임 바디를 동경하다가 미러리스로 기변 하고서야 플프레임 바디를 구입했다. 기계적 성능이 좋아져서 초점 맞추는데 그리 많은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 원래도 속사포라 매뉴얼 모드에서 흔들리면 흔들린데도 시시각각 세팅값을 바꿔가며 촬영하는 막샷의 귀재가 되었다. 자유롭게 연주하는 프리스타일 주법이라고 칭하고 싶다. “그저 웃지요? (씽긋)” 많은 시행착오 끝에 느낀 것이 있다면 손에 쥐는 순간 무아지경에 빠지듯 몰입해 버릴 수 있는 자신은 있다. 다만 매력적인 대상과 사물 혹은 풍경에 홀릭되었을 때 요즈음 흔히 하는 말로 도파민이 뿜뿜 한다.
참고 : 디지털 일안(단일 렌즈) 반사식 카메라(Digital Single-Lens Reflex Camera), 줄여서 DSLR 카메라는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인식 장치에 맺히는 피사체의 모습과 거울을 통해 뷰파인더로 반사되어 촬영자에게 보이는 모습이 동일한 디지털카메라로, 기존 일안 반사식 카메라의 구조에서 필름을 디지털 센서로 대체하고 이를 조정하기 위한 마이크로 컴퓨터와 전원 장치, 사진을 저장하기 위한 저장 장치 등을 장비한 것을 말한다. 출처 -나무위키
2009~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