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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

by Jellyjung

1997년 버스에 앉아 있다.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승훈 -비 오는 거리


"사랑한 건 너뿐이야, 꿈을 꾼 건 아니었어, 너만이 차가운 이 비를 멈출 수 있는걸"

"너 많이 차가운 이 비를 멈출 수 있는걸"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학기 실습생 신분으로 작업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일정금액의 급여를 받으며 통장에는 차곡차곡 돈을 저축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난생처음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봤다. 꿈도 없었고 가고 싶은 학과나 학교도 없었다. 삶의 방향 없이 살아지는 데로 살았다. 그저 음악 듣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 특히나 비가 오는 날 비와 관련된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감정이 몽글몽글 했다.


그 시절 음악을 듣는다. 지금보다 어렸고 대출이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많은 돈을 벌 필요도 없다.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뭔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과감히 돈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이는 들어가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그럼에도 꿈을 꾼다. 글쓰기가 좋아진 지금 마음껏 글을 써보며 그 시절을 회상해 본다.


6개월여의 실습 기간 동안 300만 원 가까이 돈을 모았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입학했다. 등록금을 내고 양복 하나 빼입고 나니 그 돈은 사라졌다. 어쨌든 돈으로 살 수 없는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대학 생활을 만끽했다. 군대 입대하기 전까지 라이브 뮤직카페에서 DJ 생활을 하면서 매일 2시간씩 음악방송을 했다. 제목을 정하고 오프닝 멘트를 작성하고 음악을 선곡한다. 어쩌면 그때의 글쓰기가 지금까지 이어진 느낌이다. 원 없이 술을 마셔봤고 취해봤다. 사연을 소개하며 음악을 들려준다. 감상평을 멘트로 남긴다. 신청하신 음악 잘 들었습니다. 이승훈의 -비 오는 거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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