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눈이 떠졌다.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은 알람이 따로 필요가 없다. 내 몸도 무슨 날인지 아는 듯 피로도 전혀 느끼지 않은 채로 눈이 떠졌다.
나는 날씨 운이 좋은 것 같다. 여행을 떠나는 날에는 날씨가 거의 좋은 편이었다. 이날도 예외 없이 하늘은 맑고 푸른빛을 뽐냈다.
집 근처 공항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여 공항리무진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내가 딸과 함께 이른 아침부터 굳이 배웅을 해주겠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독박육아'를 맡기고 떠나는 마음이 편치 않은데 정류장까지 함께 가주겠다고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여행을 혼자 떠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차차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내게는 이제 막 돌이 지난 사랑스러운 딸이 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여정을 함께 하는 건 아기에게 너무나도 힘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휴식을 위해 떠나야 하는 여행이 자칫 고행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 상의 끝에 이번여행은 그동안 가장으로서 홀로 고군분투한 나를 위한 단독 여름휴가가 돼버린 것이다.
분명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인데 버스에 올라타니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아내와 딸에게 손을 흔들며 잠시동안의 이별을 고한다.
그 순간 떠오르는 음악이 있었으니, 심수봉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와 함께 그렇게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중세 유럽
영주의 지배하에서 농노들은 자유를 찾아 도시로 도망치게 된다. 1년 하고도 1일을 버티면 그들은 자유민이 될 수 있었고 당시에는 '도시의 공기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한다'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난 공항에 오면 이 말이 떠오르곤 한다.
그리곤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쳐보곤 한다.
공항의 공기는 나를 살아 숨 쉬게 한다.
8월은 학생들의 방학기간이기도 하고 대부분 직장들의 휴가철이기도 하다. 혹시나 공항이 붐비지 않을까란 걱정에 조금 일찍 집을 나선 덕분인지 여유롭게 짐을 부치고 출국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에어아스타나의 탑승장은 공항 구석에 처박혀있었기에 꽤나 걸어가야 했지만 내 발걸음은 너무나도 가벼웠다.
20분 정도 연착이 되리라는 안내방송도 애교로 받아줄 수 있었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하면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해 보았다. 알마티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 한국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 한국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 그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들과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싣을 것이다. 모두가 표정들이 밝아 보인다. 내 여행 또한 밝은 빛만 비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