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카카오택시가 있다면 카자흐스탄에는 얀덱스라는 어플이 있다. 이 어플을 이용하면 택시를 쉽게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몇몇 블로그에서 얀덱스를 이용해 쉽게 공항탈출에 성공한 사례들을 읽어보았다.
많은 여행객들이 경험해 봤겠지만 낯선 곳에 도착한 첫날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일은 순조로운 여행의 중요한 첫 관문이란 생각이 든다. 공항에는 항상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같은 택시기사들이 두 눈에 힘을 주고 어떻게 어린양과 같은 여행객에게 바가지를 씌울까 침을 질질 흘리고 있으니 말이다.
(공항으로 줄지어 들어가는 차량들)
얀데스,,, 참 고마운 어플이었다.
하지만 나의 큰 실수.
사전에 꼼꼼하게 사용방법을 잘 알아봤어야 했다.
사실 난 한국에서도 카카오택시라는 걸 거의 이용해 본 적이 없다. 집에서 직장까지는 도보 15분 이내의 매우 가까운 거리인 데다가 시내에 나갈 일이 있을 때에는 주로 지하철과 건강한 두 다리를 이용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대충 누르다 보면 다되겠지라고 너무 쉽게 생각한 내 잘못이었다. 분명 택시가 잡혔는데 자꾸만 취소가 된다. 몇 차례의 시도에 번번이 실패를 하고 말았고 공항에서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계획을 바꿨다. 버스를 타자.
공항 근처에 시내버스 정류장 위치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그쪽으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혼잡한 공항에서 벗어나면 택시 잡는 게 조금 수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일단 공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러시아어로만 쓰여있는 버스노선도로는 내가 갈 목적지에 몇 번 버스를 타고 가야 할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간단한 러시아어 회화를 공부했다. 러시아어를 비롯한 중앙아시아지역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차례 러시아여행을 통해서 몸소 체험을 해본 나로서 기초러시아어를 알고 가야 한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필수였다. 러시아어와 영어를 섞어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그들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을 해왔다.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나를 구원해 줄 한 귀인이 등장했다. 젊고 예뻐 보이는 한 아가씨는 영어도 제법 구사가 가능했다. 그리고 때마침 버스 정류장 앞에 한대의 택시가 정차해 있었다. 친절한 아가씨는 나를 대신해서 흥정까지 해줬고 4000 텡게.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숙소까지 가는 택시를 타게 되었다.
너무나 고마운 아가씨에게 식사 한 끼라도 나중에 답례를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괜찮다고 사양을 했다.
진심으로 고맙단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 드디어 공항탈출에 성공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고마운 사람들,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여행이 순조롭게만 풀렸다면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도 없었을 것이다. 첫날 이런 호의를 받게 되면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안 좋을 수가 없다.
그래 이제 모든 일이 다 잘 풀리겠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제야 배낭을 풀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마음을 달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