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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한 Oct 12. 2024

러블리 알마티(카자흐스탄 여행기5)

5. 내 숙소는 어디인가

택시 안에서 물을 들이키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드디어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모든 게 신기해 보였다. 키릴문자의 러시아어 간판들.

내가 다른 나라에 온 게 실감 나기 시작한다.

샤슬릭식당들도 보인다. 침이 꿀꺽꿀꺽 넘어간다.

오늘 저녁엔 샤슬릭을 먹어보자~


(알마티의 여름, 푸른 수목의 거리)


덩치 큰 택시기사는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한다.

잘 가고 있는 건지 약간의 걱정과 의심도 든다.

초행 그리고 첫날은 모든 게 긴장의 연속이다.

정적을 깨기 위해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동안 공부해 온 러시아어가 빛을 발할 때가 왔다.

'즈드라스부이쩨' 안녕하세요~!!!

그리곤 이름과 국적의 간략한 자기소개가 이어진다.

내가 러시아말을 하자 무덤덤하고 다소 무서워 보이기까지 하던 택시기사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긴장감은 사라지고 짧은 영어와 러시아어를 동반한 대화가 유연하게 흘러간다.


남자들의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는 역시 축구.

타지키스탄 출신의 그는 축구를 좋아하고 특히 손흥민선수를 너무나도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을 좋아해 줘서 참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드디어 숙소 앞에 도착하게 됐다. 나를 위해 운전해 준 그에게 고맙단 인사를 건네며 기념사진까지 함께 찰칵~

그래 모든 게 순조로웠다.


(타지키스탄 출신의 택시기사와 나)


알마티에서 머물기 위해 예약한 숙소는 아파트먼트였다.

그동안 모든 여행에서는 호텔을 예약했었지만 이번만큼은 새로운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

내겐 작은 꿈이하나 있다. 큰 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 나이 60이 되면 은퇴라는 것을 하고 싶다.

그리고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다른 나라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

이번여행은 아쉽게도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한 달 살기의 맛보기를 경험하고 싶었다.

호텔도 좋지만 완벽한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숙소예약사이트에서 일찌감치 예약을 마치고 확정서까지 받았다. 그리곤 난 상상했다.

도착하면 짐을 정리하고 근처를 둘러보고 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봐온 뒤 냉장고를 채워주는 거야.

그리고 다음날 아침은 장본재료들을 이용해 직접 조식을 만들어먹고 테이블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여유 있게 커피를 한 잔 하는 거지.

생각만으로도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체크인과 아웃이 모두 비대면으로 이루어져야 했고 결제는 현장에서 직접 하는 방식이었다.

도착하면 사무실 같은 곳이 있겠지?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나를 인도해 줄 곳은 없었고 난 그제야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도착했는데 어떻게 체크인해야 돼요?'

그리고 충격적인 답이 왔다.


(원래 머물 예정이었던 아파트먼트)


내 예약이 이미 몇 개월 전에 취소가 됐고 나에게도 사전 통보를 했단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난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고 더군다나 확정서까지 받은 상황인데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디있단말인가?

하지만 거기서 내가 메시지로 싸워봐야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 난 이제 어찌해야 된단 말인가?

첫날부터 엄청난 시련이 내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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