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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알고 산다는 건

어떨 것 같나요?



끝을 알고 산다는 건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첫 진단에 3개월 선고를 받고 놀랬지만

코웃음 치며 난 오래 살 수 있어!라고 믿었고

첫 항암을 시작하고 온갖 부작용을 겪어보니

아.. 정말 이러다 나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온몸으로 느끼며

살면서 처음으로 죽음에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진단 후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죽음? 이젠 무섭지 않다.

언젠간 나의 죽음의 끝은 암투병의 끝일테니..

제일 무서운 건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통증.

가끔씩 느끼는 복통에 땀으로 온몸을 적시고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을 느끼지만 죽음이라고

느끼기엔 뭔가 한참 부족하고도 먼 느낌

너무 아픈데 아직 죽음의 단계에서 시작도

아닌 느낌을 받아서 인지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통증이 가늠이 안되고 너무 무섭고 두렵다.



모든 사람의 끝과 나의 끝은 죽음이지만

온전한 삶을 다하지 못한 죽음은 언제나 슬프다.


암카페나 암환자들 단톡방에 나와 같은 기수, 같은 병명

혹은 다른 병명의 많은 환우분들과

댓글로 안부를 묻고 정보를 공유하며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같은 암환자로

멀리서 나마 응원했던 분들이

한분 두 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슬프고

남은 가족분들의 아픔을 보니 나의 죽음은

이제 나 혼자만의 슬픔과 시련이 아니구나..

나의 죽음으로써 나의 가족, 많은 환우분들에게

희망을 빼앗고 슬픔을 가져다주겠구나..라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한때는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나라고 믿고

항암시작하면 무조건 완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작했던 항암과 계속 늘어나는 부작용으로

늘어나는 부작용에 대한 지식, 그리고

나의 병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게 되면서

내성과 함께 난 정말 힘없는 인간에 불가하다는 걸 느꼈다.

나보다 더 오랜 투병을 하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회차가 늘어나고 부작용이 온몸을 뒤엎고

부작용에 대한 후유증이 남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살아도 문제 죽어도 문제

병을 완치한다고 해도 바닥을 친 나의 체력으로

뭘 해 먹고 살아갈지 어떻게 살지 막막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희망으로 시작한 나의 마음은

암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났고 그 두려움이 포기가 된다.


그렇기에 마지막을 알고 끝을 산다는 건

생각보다 무섭지 않고 생각보다 무덤덤하다.

포기를 했다고 해서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닌

걱정과 두려움에 대한 포기인 거다.

눈을 뜨면 아직 살아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두려움도 걱정도 없고 별생각 없이 사는 것

미래의 걱정은 미래의 내가 책임져야 할 문제

지금은 현재의 내가 그 미래를 살 수 있게

버티고 또 버텨야 한다.


이젠 포기라는 말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버티자. 암과 싸워 이겨 내가 생각한 그 미래에

내가 존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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