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에서 다시 나를 만나다.

떡볶이를 사랑하지 않기로 했어. / 저자: 냐저씨, 한송이, 김태이

by 유영해

기억 속 가장 맛있는 떡볶이는 국민학교 근처 문구점에서 팔았다. 얇고 긴 가게는 어린 눈에도 초라했다. 등이 굽은 할아버지가 어서 오라는 인사도 없이 의자에 앉아계셨다.


나는 그곳을 오로지 떡볶이를 먹기 위해 다녔다. 새빨간 국물에 담긴 떡볶이를 포크로 찍으면, 발갛게 변한 속살 위로 자잘한 고춧가루가 붙었다. 빨간 소형 국자는 어묵국물을 퍼 먹을 때도 썼지만, 떡볶이를 위한 접시로도 사용했다. 소스맛이 너무 좋아 집에서 흰 밥을 가져다가 비벼먹으면 어떨까, 상상하고는 했다.


어느 정도 배가 차면 삶은 계란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달걀노른자의 비린내는 딱 질색이었지만, 떡볶이와 함께라면 달랐다. 잘게 으깬 노른자를 고추장 소스에 비벼먹으면 고소하고 칼칼했다. 탱글탱글한 흰자를 포크로 잘라 함께 먹었다. 포만감과 아쉬움을 남긴 채 국자를 내려놓았다. 사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그렇게 맛있는 떡볶이 소스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냐저씨, 한송이, 김태이 작가님들의 공저작품


강렬한 떡볶이의 기억처럼 누군가에게는 잊히기 힘든 사랑의 기억이 있기 마련이다. 결말이 해피엔딩이냐, 세드엔딩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경험을 거쳐서 내가 지금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목차


이 책에서는 세 명의 저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헤어짐 뒤의 삶을 고백한다. 이혼을 두 번 겪은 여성의 시선, 헌신했지만 결국 홀로 남겨진 남성의 목소리, 그리고 상실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글까지. 서로 다른 이야기가 모여 “사랑이 끝난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차례대로 냥저씨, 한송이, 김태이 작가님의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챕터들


상처받은 자신을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해내고 나면 그 시간은 스스로를 다시 세우는 밑거름이 된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솔직해야 하냐’고 묻겠지만, 관계의 상처는 숨기고 지운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차라리 드러내고 고백함으로써, 우리는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다.



그때 문구점에서 먹던 떡볶이는 사라졌지만,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사랑도 흔적을 남긴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맛,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지만, 그것이 내 삶을 이룬 시간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책은 말한다. 사랑을 끝내는 일은 떡볶이를 사랑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일과 닮아 있다고. 중독처럼 달콤하고 매콤했던 기억을 내려놓아야만, 비로소 나는 다른 맛, 다른 삶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아쉽지만, 더는 집착하지 않기로 한다. 그 자리에 남은 건 상처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나 자신이라는 사실만이 또렷하게 남는다.


<<슬초브런치 3기 출간 5부작>>

* <떡볶이를 사랑하지 않기로 했어.> 교보문고 바로가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541557

* 김태이 작가님의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taei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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