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시리즈와 저스티스 리그에 대하여
가장 리뷰하고 싶은 작품은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흥할 뻔했지만 망한 '저스티스 리그'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감독이 영화가 끝나고 잭 스나이더 감독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에 극장판 저스티스 리그가 굉장히 안타까운 작품으로 기억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완성한 것은 잭 스나이더가 아닌 '어벤져스'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감독했던 조스 웨던이다. 당시 저스티스 리그를 제작하던 중 잭 스나이더의 딸이 죽게 되고 그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저스티스 리그를 하차했다. 그리고 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는 흥행에 성공했고 비슷한(사실은 비슷하지 않은) 히어로 관련 작품을 만들었던 조스 웨던에게 저스티스 리그의 감독 자리를 양도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벤져스와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흥행에 성공한 작품인데 이를 감독한 조스 웨던이 저스티스 리그의 감독 자리에 앉게 된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가장 먼저 어벤져스 작품들은 영화의 색이 밝다. 조스 웨던은 두 작품을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어낸 감독이다. 그리고 조스 웨던의 연출은 기본적으로 영웅들의 캐미나 그들의 각자마다의 색을 유지하며 유쾌하고 멋진 장면들을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어벤져스는 이전에 나온 많은 작품을 통해 각 영웅들의 서사를 탄탄하게 쌓은 후에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은 작품이기 때문에 중간 중간 한 명씩 주인공들이 등장할 때마다 많은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보고 나가는 문화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말고는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 작품의 마지막에 다음 작품들 혹은 세계관을 합치기 위한 떡밥들을 많이 깔아두었다.
나는 나의 엄마의 뱃 속에 있을 때부터 함께 영화를 보러 다녔다. 태어나서도 엄마와 함께 있는 순간에는 울지도 떠들지도 않았던 아이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러 다녔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징징거리던 내게 항상 해주던 말씀이 있었다. "엔딩 크레딧이라는 건 우리가 한 시간, 두 시간 짧게 시간을 들여 보는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섞여 들어갔는지 느낄 수 있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란다. 영화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그걸 만든 사람들을 존중한다면 마지막까지 꼭 보고 나가야 한단다." 학교 가기 싫은 날에는 학교에 전화를 하고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갈 정도였다. 그렇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다보니 엔딩 크레딧 이후에 넣은 마블의 쿠키 영상을 정보가 아닌 신체적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감독이 저스티스 리그의 마이크로폰을 잡게 되었다고 했을 때 나는 걱정이 앞섰다. 개인적으로 조스 웨던의 연출과 잭 스나이더 스타일, DC코믹스의 색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블의 장점이자 단점은 악당을 너무 약하게 그린다는 것이다. 조스 웨던이 연출했던 두 작품의 빌런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어벤져스의 로키매우 잘생김이다. 로키는 원작에서도 매우 지능적인 빌런으로 많은 영웅들을 괴롭힌다. 그리고 지능이 뛰어난 만큼 상대적으로 체급이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영웅들에게 맞았고, 헐크에게는 아주 온 몸이 으스러지도록 맞았다. 특히 헐크에게 맞을 때는 관객에게 비웃음을 당할 정도로 맞았기 때문에 뉴욕사태를 일으킨 엄청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악당 그 자체로서의 포스는 부족했다.
울트론은 진짜 정말 완전 많이 기대하던 악당이였다. 그는 지구를 멸망시키고 절대 죽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울트론의 시대를 열기도 했던 엄청난 존재이다. 그는 그 자체로 기계이자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전자기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현대에 압도적으로 강력한 존재이다. 또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생산해내어 존재 그 자체로 군대를 이룩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점은 수 많은 자기 자신들 중 그 어느 곳에도 정신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단 하나의 개체만 살아남더라도 어디선가는 자신을 강화하고 또 다시 공격해올 수 있는 무서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인공지능이라는 장점이 무색하게 오히려 인간적인 면을 강화하려고 했기 때문에 어리숙하거나, 감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적인 모습을 통해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또한 마지막에 가까워졌을 때, 자신의 패배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많은 개체들 중에서 단 한기도 미리 도망치게 하거나, 오만했던 것인지 그 어떠한 백업도 소코비아에 올 때 해놓지 않았다. 전작의 로키를 저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키가 불러온 치타우리 군대는 어벤져스 인원만으로는 막기 힘들 정도로 끊임없는 물량을 보여주었는데 울트론은 어벤져스를 처참한 상황까지 몰지 못했다. 그리고 위의 모든 것을 제외하더라도 엄청난 원작의 포스에 비해 그냥 약했다.
잭 스나이더의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어둡고 진지하다. 그리고 이번 작품인 저스티스 리그는 슈퍼맨과 원더우먼 그리고 그나마 한 번 등장했던 배트맨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처음 등장하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당연하게도 플래시, 사이보그, 아쿠아맨에게 많은 시간을 할당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에 등장하는(물론 모든 영웅들이 그러하듯) 영웅들은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통해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자들이다. 마이크로폰을 이어받은 조스 웨던이 연출한 어벤져스 시리즈는 가볍긴 했지만 작품이 재미있었다. 그 이유는 이들은 이미 한 번 상처를 받고 그것을 극복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저러한 행동을 하는지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제 관객들에게 처음 모습을 보이는 영웅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매력을 더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벤져스 시리즈같은 느낌이 되어서는 안됐다.
우리들의 리더인 브루스 웨인은 원더우먼에게 그녀가 지금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존재인 '스티브 트레버'를 모욕하였다. 아쿠아맨은 힘든 싸움에도 장난을 치는 망나니가 되어버렸다. 사이보그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팔과 다리가 짤렸음에도 누워서 웃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플래시는 그가 가지고 있는 원작의 매력은 단 하나도 보여주지 못하고 피자를 많이 먹는 도망다니는 꼬맹이로 전락해버렸다. 슈퍼맨은 당시에 촬영하고 있던 미션임파서블6 때문에 기르고 있던 수염을 이상하게 제거한 CG로 인해 얼굴이 망가진 상태로 등장한다.
조스 웨던의 작품에 대하여
아무리 조스 웨던의 연출이 가볍다고 하더라도 그가 보여준 어벤져스 시리즈에서의 영웅들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처절한 모습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쌓여있는 이야기들을 한데 엮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독임을 보여준다. 충분히 긴박하고 진지한 상황에서도 관객들을 웃게 하는 장면을 넣을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망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악당을 그리는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빈약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완성도나 관객들의 호응(역시 나 또한)을 보았을 때는 흥행을 위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오브젝트 - 테서렉트
또한 2008년의 아이언맨1부터 다른 많은 영화들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할 것이라는 많은 떡밥을 던져왔다. 그리고 어벤져스에서 등장하는 중요한 오브젝트인 테서렉트는 등장하는 많은 작품들의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거나, 혹은 쿠키 영상에서의 오브젝트로서 짧게 등장하여 미리 관객들에게 어떠한 중요한 물건이 존재한다는 것을 계속해서 알려왔다. 그래서 원작을 알지 못하더라도 어벤져스 뉴욕 사태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테서렉트를 보며 관객들은 '아! 저거!'하고 떠올릴 수 있게 하였다.
저스티스 리그의 오브젝트 - 마더 박스
그런데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뜬금없이 위의 오브젝트가 등장한다. 이는 미리 정보가 쌓여있지도,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게끔 세계관 속 많은 단편 작품들이 쌓여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더박스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등장하여 작품 속 갈등의 요소가 되었을 때 관객의 호응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심지어는 마블의 테서렉트와 똑같은 큐브 형태이기 때문에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은 같은 세계관이거나 표절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저스티스 리그의 메인 빌런 - 스테픈 울프
그리고 전체적으로 빌런을 약하게 그리는 특성을 가진 조스 웨던은 원래 감독이 만들어 놓은 메인 빌런의 디자인을 변경했다. 왼쪽에 보이는 흉포하고 인간과 동 떨어진 괴물같은 스테픈 울프는 원래 잭 스나이더가 구상했던 디자인이였고, 오른쪽에 보이는 인간과 훨씬 비슷해 보이는 스테픈 울프는 조스 웨던이 수정하여 극장판에 등장시킨 버전이다. 이것 또한 원래 감독을 존중하지 않은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디자인을 변경한 것과 더불어 그의 덩치는 더 작아지고, 그의 잔인한 모습들은 대부분 삭제되어 스크린에 온전히 담기지 못해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DCEU의 패착은 그들의 작품이 그 자체로 매우 빈약한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너무 성급하고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로 있었다는 것이다. 그저 마블이 흥행한 것을 모방하기 위해서 잭 스나이더같은 특색있는 감독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잭 스나이더 자신도 조금 욕심을 부리고), 원래 감독의 색과 전혀 맞지 않은 감독을 가장 중요한 많은 영웅들이 크로스오버하는 작품의 감독자리에 앉힌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색은 다음 포스팅에서도 언급할 것이지만 감독의 색(스타일)을 넘어서 화면의 색을 의미한다. 조스 웨던이 사용하는 필름의 색은 밝은 느낌의 연한 회색으로 느껴지고, 잭 스나이더는 상대적으로 어둡고 탁한 느낌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잭 스나이더의 후속 감독으로 조스 웨던이 배정된 것은 치명적인 악재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포스팅하게 될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영화가, 감독이 보여주고자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원래 제작자인 잭 스나이더의 바램대로 온전히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저스티스 리그(2017)에서 서브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플래시, 사이보그, 아쿠아맨이 자신들의 강점을 명확하게 들어내며 관객들에게 첫 등장임에도 불구하고 매력을 어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받은 조스 웨던의 저스티스 리그(2017)에서는 슈퍼맨을 되살리는 순간 모든 긴장감은 사라진다. 그가 가지고 있는 '어찌해볼 수 없는 강함'을 통해 다른 영웅들의 장점이나 잘못된 판단, 어리숙함 등이 모두 무마되어 버린다. 슈퍼맨 혼자서 스테픈 울프를 처리하고, 슈퍼맨 혼자서 사이보그가 고전하던 마더 박스를 한 번에 해체하며, 플래시가 (왜 있는지 모르는 방사능 지역의)사람 몇 명을 구할 때 슈퍼맨은 수 십명의 사람이 있는 건물을 들어서 옮겨버린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정말 슈퍼맨의 '강함'하나로는 절대로 세계를 구하지 못했다. 슈퍼맨은 플래시의 속도와 그 만이 가진 능력이 필요했으며,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마더 박스를 다룰 수 있는 사이보그의 능력이 필요했다. 전체적인 흐름은 똑같지만 전혀 다른 작품을 '절대 (슈퍼맨) 혼자서는 세계를 구할 수 없다.'를 관객에게 보여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