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에세이
수능을 갓 마치고 시작한 양고기 식당 아르바이트.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하던 중, ‘시간 낭비 그만하고 어떤 대학에 갈지 고민해라’라는 부모님의 꾸짖음에 사장님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해외여행을 가서 아르바이트를 더 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으며, 출근 하루 전에 사직을 통보해 놓고 뻔뻔하게도 밀린 급여를 재촉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한 댄스 동아리. 호기롭게 어려운 안무를 도전했지만, 한 달 뒤 나는 동아리 선배님께 안무를 포기할 수는 없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빠지면 다른 누군가가 나의 몫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기어코 안무를 포기했다. 여름방학이 되자 나는 도망치듯 동아리를 나갔다.
23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들어간 군대. 무엇이든 열심히 해도 부족한 ‘짬찌’ 시절, 나는 행정병이라는 역할을 무기 삼아 힘든 일이나 훈련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다른 이들의 고생을 외면하고 나의 편의를 찾고자 했다. 전역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군생활을 함께 했던 사람 중 지금까지 연을 유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책임감 하나 없는 MZ.’ 과거의 나를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한 표현이다. 그 당시 나에게 책임감이란 없었으며, 나의 편익에만 신경 썼다. 이는 같은 조직에 속한 다른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행동이라는 것을, 부끄럽게도 한 조직에서 부장직을 맡게 된 후에 깨달을 수 있었다. 출근해야 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연락이 끊긴 이야기에, 동아리 부원이 자기가 맡은 일을 힘들다고 하지 않은 이야기에, 군대에서 열심히 훈련에 임하지 않고 꿀을 빤 폐급 병사의 이야기에, 나는 동조할 수 없었다. 그것들은 모두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기에.
조직에 들어와 놓고 책임감 없이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는 한편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양고기 식당 사장님, 댄스 동아리 회장님, 군대 선임·간부님께서 나를 어떤 시선으로 봤을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내가 고대신문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나에게 떳떳하기 위해. 폐급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