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이야기
기업은 지속성장을 위한 사업계획을 세우기 위해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고자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미래는 예측한 대로 멋진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최근의 국가간 패권전쟁과 AI출현은 불확실성을 증가시켰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 등으로 대변되는 VUCA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은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할 것인가.
경영구루 피터 드러커는 말한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훌륭한 내일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안정된 상태를 주체적이며 의도적으로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 내일을 예측하려는 사람이 아닌, 내일을 창조하려는 사람, 즉 오늘을 스스로 파괴하는 사람이 미래의 주인공이다. VUCA시대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를 창조하여야 한다. 창조는 경쟁없는 블루오션이다. 창조는 Plus sum게임이고 경쟁은 Zero sum게임이다. 창조는 평화이고 경쟁은 전쟁이다.
픽사 스튜디오, 실패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스튜디오(Pixar Studios)는 스티브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후 재기를 위해 루카스필름(Lucasfilm)의 컴퓨터 그래픽부문을 1000만달러 인수하면서 1986년 탄생했다. 초기 픽사는 고품질의 3D와 이미지 렌더링 컴퓨터가 주력 상품이었다. 이미지 생성 컴퓨터를 의료계와 디즈니에 판매했으나 픽사의 재정은 악화일로였다. 잡스는 애플에서 받은 퇴직금 절반에 해당하는 5000만 달러를 투자하였으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애니메이션 등 어디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픽사는 살아남기 위하여 1991년 월트디즈니(Walt Disney) 스튜디오에 장면 애니메이션을 공동제작할 것을 제안했다. 계약조건은 픽사에게 불리했다. 디즈니는 언제든지 계약을 파괴할 수 있으며, 제작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디즈니는 계약을 파괴할 것 처럼 픽사팀을 호되게 몰아 붙이며 스토리구성과 제작과정에 관여했다. 불합리하지만 픽사는 100명이 넘는 직원과 회사의 생명 연장을 위해 참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4년이란 기나긴 인고(忍苦)의 시간을 견디어내고 세계 최초의 컴퓨터그래픽(CG)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Toy Story)가 세상에 탄생했다.
1995년 추수감사절 시즌에 맞춰 개봉되어 그해 가장 높은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린 영화로 기록되었다. 픽사 애니메이션이 승승장구하는 요인은 비현실적인 세계를 아름다운 영상과 탄탄한 스토리로 구현해 내는 창의성에 있다. 실제로 '토이스토리'는 버려질까 두려워하는 장난감 '우디(Woody)'와 최신 인기 장난감 '버즈(Buzz)' 사이의 갈등과 우정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존재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관객은 장난감이라는 비현실적 존재에 감정을 이입하며, 어릴 적 소중했던 기억과 이별, 우정, 성장 같은 인생의 본질을 마주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재미와 감동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픽사는 직원의 창의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먼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전직원이 참여하는 토론회인 노트데이(Notes day)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참석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모든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경영자는 의견을 수렴하고 조직운영에 반영한다. 작품의 품질향상을 위해 브레인트러스트(Brain Trust)를 운영한다. 고위급 인사가 제작과정에 참여하여 작업물에 대하여 피드백을 가감없는 주는 것이다. 때때로 언성이 높아지지만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픽사는 말한다. 솔직함이 부족한 문화를 방치하면 창의성이 발휘되기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다 실패해도 괜찮다. 적당함과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납득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픽사는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 문제해결과, 작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픽사의 창의성와 지속성장의 원천이다.
오콘, 재미없는 아이디어를 ‘성장의 과정’으로 인정하다.
대한민국 캐릭터를 대표하는 ‘뽀로로’는 대학생 김일호가 영상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픽사의 3D 애니메니션 Toy Story를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데서 시작되었다. 김일호는 1996년 잘나가던 LG전자를 과감히 그만두고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콘(Ocon)을 설립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시장은 대기업이 해외상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구조였기에 자체 시장으로 좁고, 유통망도 발달하지 못했다. 역으로 생각하면 성장가능성이 큰 시장이었다.
당시 국내시장은 저예산의 2D TV애니메이션이 주류였다. 3D CG애니메이션은 제작비용과 기술수준에서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다. 하지만 오콘은 3D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Toy Stroy를 통해 확인하고 한국형 캐릭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처음 수년간은 제작비용 부족, 기술적 한계, 시장의 외면으로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를 믿어준 것은 EBS였다. 2003년 EBS는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가 된 ‘뽀로로’를 방영을 결정하였다. 뽀로로는 아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었으며, 프랑스를 시작으로 130개국에 수출되며 ‘어린이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었었다.
뽀로로의 성공뒤에는 철저한 마케팅전략이 있었다. 고객을 어린이들로 한정하고 눈쌓인 평화로운 숲을 배경으로 귀엽고 호기심 많은 아기 펭귄을 내세워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스토리는 거창한 모험담이 아닌 친구들간의 사소한 다툼, 화해, 나눔, 협력 등과 같은 일상적인 주제로 하여 부모들 사이에 아이의 정서발달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대사가 많지 않은 시각중심의 유쾌하고 직관적인 스토리텔링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며, 뽀로로는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사랑받는 캐릭터로 성장했다.
오콘은 제작진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제작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하고 ‘재미없는 아이디어’나 ‘실패한 기술’을 ‘성장의 과정’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본질에 충실한다. 본질은 어린이 고객과 교육적 가치에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콘텐츠의 힘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오콘 CEO는 말한다. 인기를 장기적으로 끌고가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생명력을 지탱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지속적인 개발작업이 필요하다. 오콘 작품은 부모가 바라는 이상적인 아이가 아닌, 실수투성이 아이가 친구들과 건강하게 성장하는 에피소드를 아이의 눈으로 그려내는 창조물이다. 성공한 콘텐츠 뒤에는 수많은 실패와 실험이 있다. 하지만 오콘은 늘 다음 세대를 위한 ‘뽀로로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만든 내일은, 예측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오콘은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미래를 창조하는 기업’의 좋은 예다.
---------------- j ----------
창조는 불확실성에 도전하고 두려움을 이기내는 용기다.
2015년 근무하던 무역회사는 100개가 넘는 해외사무소을 운영하고 있었다. 해외사무소의 여러 가지 역할 중 하나는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지사 역할을 수행하는 지사화사업을 통해 수출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지사역할을 수행하는 현지직원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중소기업이 해외사무소를 방문하여 인사도 하고 제품도 설명하여야 하는데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역발상으로 해외사무소에 근무하여 지사화사업 담당 현지직원을 서울로 불러 담당하는 중소기업과 인사도 하고 제품설명을 듣는 기회를 만들었다. 100명이 넘는 현지직원과 300개사 넘는 중소기업의 만남을 위해 5성급 호텔의 상담장을 빌려 수출상담회를 진행했다. 해외 현지직원 방한 초청사업은 우리 수출기업이 단시간에 많은 해외시장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의적으로 사업으로 평가되어 수년간 계속사업으로 진행되었다.
VUCA 시대의 불확실성은 기업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진정한 경쟁력은 변화를 주도하고,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역량에서 비롯된다. 픽사와 오콘은 기존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다. 창조는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이며, 경쟁을 뛰어넘는 블루오션이다. 기업과 개인 모두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창조할 것인가’를 묻고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