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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one Dec 23. 2024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까,
산티아고 순례길

인생이야기

인간은 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마음속으로 걱정과 후회가 가득 차서 정신적으로 고통이 심해진다. 이런 감정을 중독과 회피를 통해 밀어내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괴로운 일에 부딪혔을 때 우선 감사할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서 감사해라 그러면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오고 기분이 가라앉으며 어려운 일도 견디기 쉽다. 그렇다면 명상을 통해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불필요한 정신적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것인가.


마크 베니오프(Mark Benioff) 세일즈포스닷컴 CEO는 명상 예찬론자다. 1984년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재학시절, 애플의 매킨토시 사업부에서 모토로라68000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며 스티브 잡스와 인연을 맺었다. 대학 졸업 후 오라클에 입사 첫해에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되었고 입사 3년 만에 26세란 최연소의 나이로 부사장에 임명되었다. 그는 천재 프로그래머였다. 


베니오프는 당시 급성장하던 인터넷을 통한 사업을 구상하던 중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상에서 빌려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서비스로써 소프트웨어(SaaS)가 세상에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고, 드디어 1999년 세계 최초의 SaaS기업인 세일즈포스(Salesforce)를 설립했다. 


잡스의 조언에 따라 사업 초기에 대형 고객사 유치에 집중했다. 구글, 메타 등 IT기업과 로레알, 던킨 등 B2C기업에게 고객관리솔루션(CRM)을 인터넷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하면서 급성장하였다. 2024년 기준 매출 348억달러, 고용인원 72,600명으로 CRM분야에서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베니오프는 사업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스티브 잡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잡스가 인도여행 중 명상에 심취되었듯이 베니오프 역시 인도여행 중 깨달음을 얻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천재소리를 들으며 성공적인 삶을 이어갔지만, 알 수 없는 마음의 공허함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을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 1996년 인도여행을 갔다가 승려들로부터 ‘명상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으라’라는 조언을 받은 후 명상을 시작했다. 


베니오프는 명상이 기업의 혁신역량을 축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수시로 승려를 초청해 명상 수련교육을 받는다. 승려들을 사무실로 초청하여 명상과 요가를 직원들에게도 가르친다. 세일즈포스 사옥의 모든 층에 명상실을 만들어 임직원들이 자신만의 명상시간을 갖도록 권장한다. 베니오프는 말한다. 지금은 너무나 불안한 시대이다. 불안에 대한 치료제는 바로 명상이다. 나는 20년 넘게 명상을 해왔고 이제 명상은 내 삶의 일부이다. 베니오프는 잡스로부터 명상을 배웠고 잡스가 말한 ‘명상은 내면을 일깨우는 알람시계다.’ 라는 아포리즘을 실천하는 CE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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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또 다른 방법은 걷기이다.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산티아고 순례길은 년간 4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종교적 목적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걷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어떤 이는 성인의 자취를 따라 걷고, 어떤 이는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 어떤 이는 마음을 비우기 위해, 그리고 어떤 이는 그냥 걷는다. 순례길은 12사도 중 한 명인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된 자리에 국왕이 성당을 지어 봉헌하고, 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이곳을 성지로 선포하면서 순례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마드리드 주재원으로 일하던 류운천은 ‘왜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을 찾는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순례를 시작했다. 2017년 8월 가장 잘 알려진 프랑스 순례길(Camino Francese)의 출발지인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 도착하여 낯선 사람들 틈에 끼어 저녁을 먹고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피레네산맥을 넘었다. 8월 말의 피레네산맥은 높고 덮고 길었다. 오르기도 힘들지만 가파른 내리막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첫 구간의 순례를 마치며 온전히 홀로되는 고독을 느꼈다. 


대부분의 순례자는 출발지에서 목적지인 산티아고 성당까지 800km 구간을 쉬지 않고 40일 넘게 매일 걷는다. 하지만 류운천은 주재원으로서 업무가 있었으므로 매월 한차례 금요일 저녁에 순례지에 도착하여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걷고 저녁에 근무지인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일정을 반복해야 했다. 금요일 저녁에 우연히 숙소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면 2일간 함께 먹고 자고 걷고 이야기하며 순수한 친구가 된다.


11월 순례는 레온성당(Catedral de León)에서 시작했다. 혼자 저녁을 먹으러 가는 중 우연히 한 무리의 순례자를 만나 타파스(Tapas) 투어를 함께 했다. 독일, 일본, 캐나다, 스페인 등 다양한 국적의 순례자가 같은 숙소 머문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되어 식당가를 돌며 와인 한 잔과 빵 한 조각 먹기를 새벽까지 이어갔다. 덕분에 7시로 예정된 출발시간은 9시로 변경됐다. 그렇다 가끔은 맛있는 것도 먹고 힘들면 쉬어가는 게 인생이 아닌가.


류운천은 목적지인 산티아고 성당에 도착하는 마지막 순례 일정을 자신의 생일날에 맞춰 2월로 잡았다. 겨울 순례는 추위뿐만 아니라 영업중인 식당이 많지 않아 고통스럽다. 찬바람을 맞으며 긴시간을 걸어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 밀려오는 감정에 순간 바닥에 주저 않고 말았다. 그렇게 한동안 허전함을 만끽했다. 날이 어두워져 같은 숙소에서 머물게 된 순례자들과 저녁밥을 함께 먹다가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말하자 식당에 있던 많은 순례자가 잔을 들어 축하해 주었다. 이국땅에 혼자 순례를 와서 이렇게 많은 사람으로부터 축하를 받다니 뜻밖의 감동이었다. 저녁 미사에 참가했다. 내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마음에 평화를 주시옵소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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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명상, 운동, 독서, 기도 등 다양한 수단매체를 활용한다. ‘마음회복수업’에서는 마음챙김을 강조한다.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생각을 비우고, 빈 공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채워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경험은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탄력성을 높여준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경험을 통한 성취감은 스트레스 회복에 유효하다. 명상과 걷기는 자기통제와 성취감을 높이는 방법이다.


류운천은 호기심과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기회를 찾고자 순례길을 걷기 시작했으나 하루 10시간씩 걷는 동안 마음이 비워지는 경험을 했다. 하루 25km를 걷도록 자신을 통제하고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성취감은 자기효능감을 키우고 근심과 걱정을 비우며 용기와 희망을 채워준다. 그 순간 직관이 꽃을 피웠다. ‘난 할 수 있어’라고 자신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촘촘한 준비보다 그냥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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