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보다 모름이 먼저다
감추어진 세상을 보셔야 합니다.
사이먼(Simon)은 영국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유명한 명상가의 강연을 듣기 위해 한국에 온 그는 마침내 강연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고 그것도 맨 앞에서 듣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머리에 헤어밴드를 하고 있는 명상가의 강연은 감명 깊었고 사이먼은 행복했다. 그런데 그에게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헤어밴드 명상가는 말했다.
"앎은 불완전합니다. 알기 전에 모름을 알아야 합니다."
사이먼은 자기도 모르게 명상가에게 물었다.
"알아야 뭐든 하고 뭐든 되는 것 아닌가요? 모름이라는 것은 모호하게만 느껴집니다."
헤어밴드 명상가는 사이먼을 바라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나의 앎은 모두 과거의 지식입니다. 거기에 묶여 있으면 늘 새로워지는 세상의 새로운 지식을 올바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모든 지식은 새로운 지식 앞에서 무너지게 되어 있고 과거를 붙들면 현재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원래 이 세상은 물질인 세상이 나오기 이전에는 순수한 에너지와 의식인 허공의 상태였습니다.
그때의 앎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모름이었죠. 정확히 말하면 알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모름조차 없는 완전히 하나인 상태였습니다.
본래는 그렇게 자기의 모양이 없기에 다양한 모양인 세상의 만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그 자체가 살아있는 의식체이고 에너지 자체이기 때문에 생명을 탄생시키며 우주를 운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본래의 의식인 모름이 전지고 자기의 모양이 없는 순수한 에너지가 전능이 된 것이죠. 이것이 전지전능입니다.
거기에서 세상이 나오면서 생겨난 것이 바로 앎인 것입니다. 앎이란 세상 만물의 모양과 재질 그리고 그것의 움직임에서 각자의 특성 즉 능력과 쓰임을 발견한 것이죠.
그렇지만 앎이 나왔다고 해서 그 모든 모양의 바탕인 모름이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모양이 없는 모양을 하고 있으며 앎이 나와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서 만물을 운행하고 있는 것이죠.
지구를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지구는 태양과 달의 인력에 따라 움직이지만 그 바탕은 우주의 허공입니다. 우주허공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태양과 지구와 달을 만들고 그것들을 모두 띄워놓고 품고 있지요. 그러나 사람의 인식은 보이는 것에만 묶여 근본인 그 우주 허공을 잘 보지 못합니다. 세상을 극히 일부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죠.
그러니 앎을 모름 가운데 띄워놓고 같이 보세요. 모름은 그것이 먼저임을 알고 그것을 중심에 놓고 볼 때만 잘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의 지극히 일부인 앎 즉 지식에 의식이 갇히지 않도록 하십시오.
사람은 앎이 아닌 모름의 상태 일 때 즉 본래의 마음 상태일 때 신기하게도 이 우주의 바탕인 순수허공과 하나가 됩니다. 우주의 허공이 본래 물질이 아닌 마음인 까닭이지요. 그러면 진리인 참 세상의 마음이 되어 세상과 지식을 수용하면서도 모름으로부터 나오는 새로운 지식과 변화를 받아들이고 활용하며 그 흐름 위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모름이고 본래의 마음이며, 지식을 넘어서는 위대한 지혜의 근본인 진리의 마음자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의 믿음의 근본이며 삶을 통해 형성된 생각인 앎을 놓아야 하고 그래야 당신의 의식이 본래로 되돌아갑니다.
그렇게 될 때 당신의 마음이 모름이 되어 모든 지식을 활용하되 그것에 묶이지 않고, 늘 새로워지는 세상의 흐름을 바라보며 스스로 변화하고 조화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항상 나의 앎으로 믿음이 가득 채워지는 것을 조심하고 경계하십시오. 나의 믿음은 항상 모름에 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의 생각을 믿지 않는 것이 모름을 믿는 것이고, 자기의 생각인 앎을 믿으면 채움이고 교만이며 사람은 항상 위태로워집니다.
지혜는 항시 비움이고 겸손임을 절대로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고 보면 세상의 대부분인 모름을 보면 앎은 저절로 함께 보이고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입니다.
그렇게 모름이 먼저임을 알 때 지식의 저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게 되고, 보이는 것에 가리어진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사람은 자기의 감추어진 위대한 능력도 찾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때까지 멈추지 말고 정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