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인형
"이거 이렇게 해도 될까요? “
“예산에 안 맞지 않을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모델이 안 할 것 같아요.”
“이건 이 브랜드에 너무 큰 이야기 아닌가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매일같이 이런 걱정을 입에 달고 사는 동료가 있었다.
매사에 이건 안 될 것 같고, 저건 어려울 것 같다는 식으로 걱정이 가득했다.
처음 그 걱정을 들을 때는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어쩌면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하지 않게 도와주는 좋은 걱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됐다.
그 걱정들은 생각의 폭을 좁게 만들었고,
좁아진 길에 여러 사람이 들어가 파고드니 부딪힘이 생긴다.
어깨도 손도 다리도 어디 하나 멀쩡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걱정에 너무 얽매이다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가능성을 미리 검토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근거에는 '걱정'이 아닌 '고민'이 있어야 한다.
걱정은 무작정 우려만 늘어놓는 것이라면,
고민은 이유를 찾고 그 결과에 기반해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과정이다.
리더는 이런 차이를 알아채야 한다.
팀원이 걱정을 늘어놓는 건지, 진지한 숙고 후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건지 구분할 줄 아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때 나와 함께 일했던 리더는 동료의 걱정에 동조하며 같이 끙끙거렸다.
더 나아가 그 누구보다 걱정에 깊이 빠져들었다.
걱정에 포함되는 아이디어는 바로 거절했다.
아마 누군가는 내 글들을 읽으며
“참 이상한, 무능한 사람들과 많이도 일했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나는 유능한 사람들과도 많이 일했다.
단지, 이기심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다 보니 그런 예시가 떠오를 뿐이다.
당신들 곁에도 많지 않은가 하하하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 동료의 걱정 속에는 '걱정'이라는 핑계로
일을 쉽게 하려는 이기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리더는 그 걱정에 동의하는 척하며 책임을 나누려는 이기심이 있었다.
두 사람의 이기심은 결국 일을 더 어렵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를 망치게 했다.
결과가 안 좋게 끝난 뒤,
뒷 이야기에서 서로 진심 반 농담 반으로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어. 어차피 내 회사 아니고, 난 월급만 받으면 되니까.”
과연 그 말들이 진심이었을까 농담이었을까?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그 결과가 중요했던 누군가는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그 '걱정'이라는 핑계로 포장된 이기심 때문에
누군가의 커리어와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리더가 된 지금의 나는 팀원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걸면 이렇게 말한다.
“우리 걱정 인형 말고, 고민 인형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