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터 슈타인버거 인터뷰를 봤다. 오픈클로를 만든 사람이다. 그리고 얼마 전 오픈 AI로 들어갔다.
그 뉴스를 보고 놀라지는 않았다.
나는 이미 오픈클로를 직접 돌려보며 이 변화의 감각을 먼저 체감했다. 그때 느낀 건 단순한 도구 차이가 아니었다. 이건 코드를 더 잘 짜주는 AI가 아니라, 컴퓨터를 직접 만지고, 파일을 보고, 흐름을 이어가고, 내가 맡긴 일을 실제로 처리하는 쪽에 더 가까운 구조였다.
그리고 나는 그때 이미 봤다.
앞으로의 핵심은 더 똑똑한 답변이 아니라, AI에게 컴퓨터를 쥐어주는 방향이라는 걸.
지금까지의 AI는 대화를 했다. 물어보면 답해줬다. 보고서를 써달라고 하면 써줬고, 코드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만들어줬다. 잘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그다음은 늘 사람의 몫이었다. 코드를 복사해서 붙여 넣고, 보고서를 내려받아 전달하고, 분석 결과를 보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건 전부 사람이 했다.
오픈클로가 바꾼 건 그다음이었다.
AI가 내 컴퓨터를 직접 다룬다. 파일을 열고, 웹을 보고, 필요한 도구를 연결하고, 실제 작업을 이어간다. 대화하는 AI가 아니라 행동하는 AI. 내가 보기엔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트 시대로 넘어가는 핵심이 바로 여기 있다.
피터 슈타인버거도 비슷한 방향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앞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특정 기술을 다루는 개발자가 아니라 빌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프로그래밍은 언젠가 뜨개질처럼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을 들었을 때 과장처럼 느끼지 않았다. 오픈클로를 직접 돌려본 뒤에는, 손으로 코드를 치는 일보다 “무엇을 만들지”와 “어디까지 맡길지”가 더 중요해지는 방향이 이미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8편에서 썼듯이, 나는 더 이상 예전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일을 처리하는 사람에서, 일을 배치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고.
리츠 안에서는 이미 서로 다른 AI들이 자료를 찾고, 토론하고, 초안을 만들고, 다음 행동을 준비한다. 나는 그 과정을 전부 손으로 붙들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중간중간 확인하고 방향을 정하는 사람에 더 가까워졌다.
이 변화는 코딩에서도 똑같이 온다.
예전에는 누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코드를 짜느냐가 중요했다. 그런데 오픈클로 같은 에이전트 구조가 보편화되면, 코드를 직접 치는 행위 자체의 의미가 바뀐다.
중요한 건 더 이상 손으로 얼마나 잘 짜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정하는 쪽이 더 중요해진다. 피터가 말한 빌더의 시대라는 건 결국 그 이야기라고 나는 본다.
4편에서 SaaSpocalypse를 썼다. 그때 나는 SaaS가 무너지는 이유를 “이제는 직접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AI 코딩이 너무 좋아져서, 소규모 조직이나 개인이 필요한 걸 직접 만들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남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서 쓸 이유가 줄어드니까.
그런데 지금은 한 단계 더 가고 있다.
이제는 만들 수 있으니까 안 사는 시대를 넘어서, 만들 필요조차 줄어드는 쪽으로 가고 있다. AI가 컴퓨터를 직접 다루기 시작하면, 사람은 앱을 하나하나 열고 닫으면서 중간 작업을 할 필요가 줄어든다.
예전에는 소프트웨어를 사람이 사용했다. 이제는 사람이 AI에게 시키고, AI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이 차이는 크다.
예전에는 내가 직접 브라우저를 열고, 자료를 찾고, 복사하고, 정리하고, 다시 붙여 넣어야 했다. AI가 보고서를 써줘도 그다음 흐름은 결국 내 손으로 이어야 했다.
그런데 오픈클로 같은 구조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 질감이 달라졌다. 나는 “무엇을 할지”를 정하고, AI는 실제 작업 흐름을 따라가며 그 일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인간은 컴퓨터를 이용하면서 한 번 도약했다. 검색하고, 소통하고, 거래하고, 기록하고, 설계하고, 전 세계와 연결됐다. 컴퓨터가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킨 것이다.
이제는 그 컴퓨터를 AI가 잡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히 “AI가 편해졌다”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이 도구를 써서 능력을 확장했던 것처럼, AI도 컴퓨터라는 도구를 써서 능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AI는 잠을 자지 않고, 피곤해하지 않고, 동시에 여러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인간이 컴퓨터로 한 단계 올라갔다면, AI가 컴퓨터를 쥐는 순간 또 다른 단계가 열리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오픈클로 열풍 속에서 맥미니나 맥북 같은 기계가 같이 주목받은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성능이 필요해서라기보다,
AI 에이전트를 지금 쓰는 메인 컴퓨터와 분리된 환경에서 돌리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오픈클로의 핵심은 사실 기계 성능이 아니다.
API를 연결하면 무거운 추론은 클라우드가 하고, 로컬 기계는 그 흐름을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산 건 단순한 컴퓨터가 아니라, AI에게 자리를 내어줄 별도의 공간에 더 가까웠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설치까지는 한다. 기계도 산다. 오픈클로도 깐다. API도 연결한다. 그런데 곧 막힌다.
“그래서 이걸로 뭘 하지?”
이 질문은 당연하다. 오픈클로는 ChatGPT를 더 편하게 쓰는 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답변을 받는 도구보다, 작업 흐름을 설계하고 맡기는 도구에 더 가깝다.
그래서 질문도 바뀐다. “무엇을 물어볼까?”가 아니라 “어떤 일을 맡길까?”로.
내가 리츠를 만들면서 겪은 것도 그 변화다. 오픈클로는 단독으로 대단해서가 아니라, 여러 AI를 연결하고 흐름을 만들 수 있게 해 줘서 중요했다.
그 위에서 토론 구조도 만들고, 브리핑도 돌리고, 역할을 나눠서 일을 흘러가게 만들 수 있었다. 결국 핵심은 AI가 답을 잘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작업 세계를 설계하느냐였다.
생성형 AI는 대화를 했다. 에이전트형 AI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그다음은, AI가 다른 AI와 연결되어 더 긴 흐름을 맡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내가 리츠 안에서 하고 있는 여러 구조도 결국 그 방향 위에 있다. 내가 특별해서 만든 게 아니다. 오픈클로 같은 도구와 로컬 LLM, 여러 모델을 배치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1편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AI로 뭔가를 만드는 시대는 끝났다.” 그때는 생성형 AI의 속도를 보고 한 말이었다.
지금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만드는 것도 바뀌었고, 시키는 것도 바뀌고 있다. 인간이 AI에게 시키고, AI가 컴퓨터를 조작하고, 필요한 경우 AI끼리 역할을 나누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그러면 인간에게 남는 건 뭘까.
7편에서 쓴 답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방향을 잡는 일,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정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 쪽에 더 가깝다. AI가 컴퓨터를 쥐고 더 많은 실행을 가져가도, 지금까지는 결국 사람이 방향을 정했다.
다만 그 자리가 얼마나 오래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하나다. AI는 이제 답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직접 움직이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를 보고, 판단하고, 클릭하고, 실행하는 쪽으로 이미 넘어가고 있다.
나는 그 변화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올 거라고 본다.
인간이 AI에게 시키고, AI가 실제로 일을 처리하는 흐름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문제는 AI가 일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그 흐름이 시작됐을 때, 인간이 어떤 자리로 이동하느냐의 문제다.
ZeroInput — AI 시대의 경계에서 직접 부딪혀본 것들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