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남자 친구가 아닌, 파트너로서
세 달이 지나자, 상하이의 코로나 규제가 조금씩 풀렸다. 거리엔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이 살아났고, 카페와 식당에도 서서히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일상으로 복귀하며 샤샤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가 잦아졌다. 회사 동료인 샤오펑과 밍밍는 내게 좋은 친구이자 상하이 생활의 조언자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그 모든 바깥의 활기 속에서도, 나는 점점 샤샤의 세계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다. 언어의 장벽, 문화의 간극, 그리고 그들만의 리듬과 농담. 나는 늘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는 외부인의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어느 저녁, 샤샤가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에 나를 데려갔다. 그녀는 밝은 미소로 나를 소개했다.
“이쪽은 우리랑 협업 중인 한국 회사의 파트너야. 상하이 생활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잘 도와줘.”
그 말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지만, 내 가슴엔 날카롭게 박혔다.
‘파트너…?’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한 박자 늦게 웃었다. 친구들은 친절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는 부드럽게 이어졌지만, 나는 그 순간 내가 그녀의 삶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남자친구가 아닌, 그저 ‘업무 관계의 한국인’으로 설명된 내가 어색하게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날 저녁 내내, 나는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 애썼다. 샤샤의 친구들은 나를 따뜻하게 맞이했지만, 그 따뜻함은 얇은 유리막처럼 느껴졌다. 나는 ‘샤샤의 사람’이 아니라, 그저 ‘손님’이었다. 그녀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고, 내가 대화에서 소외될 때도 별다른 배려 없이 흘려보냈다.
처음에는 그녀의 세계에 내가 더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그 무심함은 내 마음에 미세한 금을 내기 시작했다.
모임이 끝난 후, 우리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거리를 걸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샤샤… 오늘 왜 나를 그냥 회사 파트너라고 소개했어?”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굳이 복잡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친구들이 다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
그 말은 부드럽게 들렸지만, 내겐 차가웠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주저함이 없었고, 그게 더 아팠다. 마치 우리의 관계가 그녀에게는 그저 일시적인 에피소드에 불과하다는 듯 느껴졌다.
“그럼… 나는 너한테 뭐야?”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감정이 억눌린 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녀는 대답 대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기보다, 오히려 더 멀게 느껴졌다.
그날 밤, 나는 한참을 뒤척였다. 샤샤와 함께 와이탄을 걸었던 기억, 그녀의 방 안에서 뜨겁게 나누었던 순간들이 스쳐갔다. 분명 우리는 서로를 향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이 진심이라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무심한 태도와 거리 두는 말들은 내 안에 불안을 남겼다.
‘그녀의 진심은 정말 나를 향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 모든 건 팬데믹 속 외로움에서 비롯된, 잠깐의 위안일 뿐이었을까?’
그 의문은 점점 더 깊어졌다. 샤샤는 여전히 내 곁에서 웃고 있었지만, 내 안에는 설명되지 않는 거리감이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앉은 테이블 위, 웃음과 대화 사이에 조용한 균열이 드리워졌다. 그것은 처음엔 보이지 않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