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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Nov 11. 2024

그래도 하나님은 선하십니다.

태어난 배경

베드로전서 5:10 - "모든 은혜의 하나님 곧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부르사 자기의 영원한 영광에 들어가게 하신 이가 잠깐 고난을 당한 너희를 친히 온전하게 하시며 굳건하게 하시며 강하게 하시며 터를 견고하게 하시리라"


저는 1982년 8월 한여름 충청도 공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저를 낳아준 엄마는 1955년 3월.

경기도 평택 어느 가난한 집 오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셨습니다.


가난한 집 막내딸이라 먹을 것도 언니오빠들한테 밀려나 늘 배가 고팠고 다섯 남매를 전부 가르칠

수 없었기에 엄마는 초등학교 3학년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학교를 다니시며 한글을 배우신 일은 지금도 너무 자랑스러워하시는 일중 한 가지입니다.

(성경을 읽으시는 일이 지금 제일 행복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엄마를 가장 아껴주고 엄마가 잘 따르던 바로 위에 넷째 언니는 가난한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서울로 돈을 벌러 나갔다가 고된 서울살이에 우울증을 앓고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언니는 엄마와 단둘이 있던 작은방에서

약을 먹고 자살을 합니다.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본 어린 엄마는

첫 번째 죽음이라는 충격을 겪습니다.


그 뒤로 엄마가 스무 살이 되던 해 부모님 두 분도 사고로 동시에 돌아가십니다.

엄마에게 두 번째 가족의 죽음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언니 오빠들과 오해가 쌓여 관계가 틀어진 후 엄마는 부모님이 돌아가시자마자 남은 가족과 연을 끊고 홀로 세상에 나왔다고 합니다.


엄마는 어렸고 기댈 누군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결혼을 합니다.


결혼 후 아이들을 연이어 셋을 낳았는데 셋다 아들이었고 돌도 지나지 않아 알 수 없는 이유로   

다들 죽었습니다.


어린 엄마가 겪어야 할 죽음의 연이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제대로 낳아 길러주지 못한 미안함

아이들이 모두 죽은 충격과 죄책감으로 엄마는 도망치듯 이혼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엄마를 듬직하게 보호해 주시는 분을 만났고  다시 행복을 꿈꾸며 재혼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1982년 8월 제가 태어났습니다.


병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엄마는  

산파 할머니의 도움으로 집에서 출산을 했는데  할머니가 딸아이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고서야 왠지 그동안 아들 셋을 잃었기에  이아이는 살 수도 있겠다 희망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엄마의 확신대로 저는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이어서 연년생 남동생도 낳았습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동생이 태어난 후 얼마뒤

아버지는 일하시던 현장에서 사고로 바로

돌아가시게 됩니다.


엄마는 그동안의 여러 죽음의 충격들이

완충작용이 되었을까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그저 어린 두 아이를 둘러업고 먹고살아야 할 걱정만 앞섰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엄마는 어린 두 아이와 세상을 떠나야겠다

결심을 하고 소주 두어 병을 사들고

여관으로 갔습니다.


술에 취해 베개를 들고 동생을 향하고 있는 엄마를

제가 울며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고 합니다.


그런 저와 동생을 보고 엄마는 주저앉았고 셋이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주변의 권유로 엄마는 동생을 아들이 없는 집으로 입양을 보냅니다.

그리고 엄마와 저는 살던 곳을 떠나 단둘이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제가 태어난 배경은 이렇습니다.


제가 처음 하나님을 알아가기 시작할 때 궁금했습니다.

저를 왜 이런 가정을 통해 세상에 보내셨는지

저희 엄마는 왜 이런 고난을 겪으셔야 했는지

모든 게 궁금했고 알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얼마나 저와 엄마를 사랑하고 계시는지를요.


저와 엄마를 통해서 계획하신 모든 일이 선하심을 믿습니다.

그 믿음의 길을 소망으로 살아가는 지금이 참 감사합니다.


그 사랑의 깊이를 말로 다 표현 할길 없고 제가 다 헤아릴 길 없지만 제가 발견해 나가는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을 계속해서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선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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