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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심술보, 그 발단

by 은나무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첫 부부싸움이 터졌다. 이유는 시어머니였다.


남편이 출근한 뒤, 불쑥불쑥 나타나 살림을 가르쳐 주신다는 명목으로 들이닥치더니 급기야는 아침마다 우리 집에서 목욕까지 하고 가셨다.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어 남편에게 따졌다.

“당신 어머니한테 언제 말씀드릴 거야? 아침마다 갑자기 와서 샤워하는 시어머니, 본 적 있어? 이게 한두 번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신대.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 거야?”


남편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내가 상황 봐서 잘 말씀드릴게. 아… 진짜 왜 그러실까. 미안해. 두 번이나 엄마 때문에 자식들이 이혼했는데도 엄마는 인정 안 하셔.”


“무슨 상황을 봐서 말을 해? 지금 당장 비밀번호부터 바꾸고 말씀드려! 여긴 이제 우리 집이고, 그동안 며느리들이 시어머니 불편하다며 결국 다 떠났잖아. 당신 이번에는 끝까지 잘 살아보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려!”


남편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바로 말씀드리면 자기가 흉본 거 같으니까… 며칠 내로 할게. 미안하다.”


늘 철두철미한 남편이 이상하게도 엄마 앞에서는 움츠러드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엔 기다려 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 사이 시어머니는 ‘이틀에 한 번’에서 ‘매일’로 방문을 늘려갔다. 샤워를 핑계로 오셨지만 사실은 살림살이와 아이 양육까지 계속 간섭하셨다.


남편은 연애 때부터 귀띔을 해줬던 말이 있다.

“엄마 음식은 진짜 맛없어. 그래서 난 집밥 피하려고 별 핑계 다 댔어. 저녁까지 밖에서 먹고 들어가. 주말은 집밥 먹느라 곤욕이야.”


아이 영준이는 어려서부터 할머니 밥을 먹어왔으니 잘 먹었지만, 남편은 도무지 손이 안 간다고 했다.


내가 시댁에 첫인사 갔을 때였다. 밥상이 그럴싸하게 차려져 있어 기대했는데, 첫 숟갈 뜨는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걸 어떻게 다 먹지…’ 밥 반을 남편 그릇에 떠주며 눈치를 봤다.


“밥이 많니?” 어머니가 물으셨다.

“네, 제가 양이 적어서요. 음식 너무 맛있어요. 잘 먹겠습니다.” (속으로는 ‘왜 거짓말을 하고 있지, 나?’ 하고 자책했다.)


그날, 밥 반 공기를 물로 겨우겨우 넘기며 내 생애 첫 ‘밥과의 전투’를 치렀다.


그 후로 어머니는 날마다 반찬을 싸 오셨다.

“찬호 좋아하는 거 해왔다. 영준이도 잘 먹을 거야.”


하지만 문제는… 둘 다 손도 안 댔다. 냉장고 안에 반찬은 쌓여만 갔고, 마침내 어머니가 냉장고 문을 열어보셨다.

“얘야, 반찬이 왜 다 그대로 있니? 애들 밥 안 해 먹이니? 맨날 사 먹이니? 내가 힘들게 해다 줬는데 왜 안 먹이고 썩히고 있어!”


“어머니, 오빠랑 영준이가 잘 안 먹어서요…”

“안 먹긴 왜 안 먹어! 네가 안 챙겨주니까 그런 거지. 그러니 내가 안 올 수가 없잖아. 제발 사 먹이지 말고 집밥 해 먹여라. 알겠니?”


나는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중얼거렸다.

‘맛없어서 안 먹는다는데… 이제부턴 그냥 싹 버려야겠다. 아휴, 왜 이러실까…’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나는 다시 하소연했다.

“당신이랑 영준이가 먹기 싫다고 한 반찬인데, 어머님은 내가 안 챙겨준다고 뭐라 하시잖아. 며칠 더 이러다간 나 쓰러질 거 같아. 이제 당장 말씀드려. 현관 비밀번호 바꾸고, 앞으로 오실 때는 꼭 연락 주시라고 해!”


그리고 단단히 신신당부했다.

“내가 시킨 거처럼 하지 말고, 당신 생각인 것처럼 말해. ‘엄마, 자꾸 집에 말도 없이 오면 며느리들이 힘들어. 나 은정이랑 잘 살고 싶다. 또 이혼하기 싫다.’ 이렇게 꼭 말해. 알았지?”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고 전화를 걸러 나갔다.


잠시 뒤 들어온 남편의 표정은 시무룩했다.

“엄마가… 나더러 ‘싸가지 없는 놈’이라 하셨어.”


그래도 방법은 없었다. 이제는 나랑 살아야 하니, 남편도 더는 엄마 편만 들 수 없었다. 이번엔 정말 중간에서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결국 현관 비밀번호를 바꿨다.


하지만 그게 시어머니의 진짜 심술보가 시작되는 줄은, 그땐 짐작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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