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오글오글
브런치를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다. 다만 어쩌다 추천검색목록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제목들이 있었고,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이런 플랫폼이 있구나 정도의 생각을 가졌었고, 글을 적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브런치를 시작하게됐다.
내가 쓴글을 다시 읽어본 기억은 생각보다 없다. 보통 글을 쓸일이 있으면 어떻게 써놓고 가볍게 맞춤법이 틀리진 않았는지 웹 프로그램에 검사해보거나, 직접 다시 읽더라도 쓴 지 얼마 안되어서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서 또 내가 쓴글을 내가 쓴 공간에서 확인하다 보니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최근 내가 쓴 글을 다른 글들을 읽는 것처럼 매체를 통해서 보게된 것이다.
메모장이나 한글, 워드 아니면 연습장과 이면지에 적은 글들과는 읽는 태도가 달랐다. 읽은 글은 <룩백>감상기였는데, 최근 적은 글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도가 높던 글이었다. 하지만 객관적인 화면은 내게 내가 지어낸 글로써 글이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글을 보여줬다. 그렇게 읽은 내 감상기는 내용이 산발적이었다. 중구난방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초기에 어떻게든 적어놓고 자기합리화에 사용한 문장이 있는데, '나는 따로이 글을 쓰는법을 배운적이 없다'정도의 변명이다. 또 '나는 비평가도 아니고, 그런 관련 지식도 없다'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사실이다. 내가 쓰는 영화 관련글들은 제목부터 '리뷰'가 아닌 '감상기'이다. 개인적인 내 생각을 열심히 덧대어서 내가 영화를 보고 느낀점은 이러했다는 영화 감상동아리를 혼자 써내는 현실이다. 이렇게 쓰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영화 내용을 열심히 옮기고 싶지않았다.
분명 내가 쓴 글들에 스포포함 이라고 쓰여진 영화들이 있어도 '전개상에서 주인공이 이런장면에 이런행동을 해서 이렇게 되고~' 하는 식의 영화를 글로써 짧게 감상할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기 싫었다. 그런 정보전달이 목적이면 충분히 다른 대체제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목에 스포포함을 알리는 것은 이 영화를 감상하기를 망설이거나 감상하기 위해 준비하는 누군가가 이글을 고민한다면, 그 적힌 내용이 영화에 나오기는 하는 내용이라 그 미래의 감상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 싫어서이다.
사실 글을 올리고서는 많이 놀랐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브런치가 얼마나 활성화 되어있는지 모르는 내가 처음 글을 올리고서 내 글에 반응이 생기는게 신기하면서도 저 반응들이 로봇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앞서 나온 내용처럼 사실 나는 내 글이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면서도 닿지 않기를 바란다. 마침 오늘 다른사람과 비슷한 내용의 대화를 나눴는데, 나는 내가 뻗는 손길에 달라지는 무언가를 책임지기 싫다. 책임질수 없다.그 변화들이 무섭다. 하는 회피적인 성향이 겁쟁이 같은 모습이 있는것 같다. 어떤 사람이 내 글을 보면서도 가볍게 보고 곱씹기는 해도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역설적인 생각을 가지는게 웃기다.
그럼에도 혹시 이 글을 진중하게 읽고 자신이 판단하는 멋진 독자분에게 내 생각이 닿는다면 다름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귀중한 시간 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