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우리의 고단한 삶에 뜨거운 열기과 축축한 습기를 내밀 때 땅은 그 안에 숨겨진 냉장고처럼 그 안에 있는 시원한 색을 꺼내어무심시 내밀어 우리를 감동시킨다. 올해같이 거의 매일 기록적인 폭염을 세는 뉴스가 나왔던 츤데레한 여름이 하루에도 골백번 욕을 먹는 것이 어느 정도는 억울할 법한 대목이다. 여름에게 안녕을 고하는 이 마당에 저평가된 여름을 조금 줏어 올려본다.
여름은 수박이지.
요즘은 깔별로 취향껏 색깔을 겟할 수 있다. 비싼게 치명적인 흠이다. 여름 딸기는 봄딸기가 지나가고 나서도 신나게 따먹을 수 있다.
단연 여름차 ..겨울에도 맛있지만 이 색깔은 한여름 차를 내리기도 의욕없는 날, 설레임으로 만날 수 있는 거품차이다.
커피를 내려먹는 사람들이 어지간하면 뜨거운 커피를 선호하지만 한여름에는 라떼에 얼음을 띄운다. 내린 커피에 계피 한 조각과 생강편강 한 조각을 넣고 다시 끓인 데에다 우유크림과계피가루 솔솔.
텃밭의 바질과 애호박은 여름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요리로 만날 수 있다. 호박을 땡초와 기름에 볶다가 감자와 끓이기만 해도 여름 호박만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에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으며 간장비빔밥 위에 호박나물을 얹어먹어도 좋다. 호박된장국은 필수이고 호박돼지고기찌게나 국밥은 선택이다.
여름 오후,여름을 한 김 식혀주는 해질녘의 아련한 선선함도 있다.
퇴근 후 씨원한 맥주 한 잔은 영혼까지 울리는 짜릿함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만난 여름의 물들이다. 새소리와 물소리가 좋은 소릿길과 가장 그늘진 온도를 만들어주는 여러 물소리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