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what you do
다음 주 J 학교에서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시작한다. 코치 선생님께서 J에게 물었다고 한다.
" 너 일반전형이었니?"
체육중학교 특별전형 입학 첫 번째 요건이 전국 선수권 대회 출전과 메달 수여 여부가 있다. 아마도 J의 선수 등록이 입학 합격 후라는 사실에서 물어본 것 같다.
작년 9월 마지막 주 일요일. 지역 시장 배 수영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날. 우리 가족의 터닝포인트가 된 날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체중에 입학 원서를 썼으며 나름 동네에서 이름 있는 영어학원의 톱클래스 반을 그만두었으며 J는 매일 체중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 실행력이 발휘한 나와 우리 집 금쪽이 1호가 대단하다. 그땐 J가 수영계의 숨은 진주로서 당장 국가대표 반위에 오를 수 있을 거란 기대와 설렘 가득한 출발이었다. 사실 지금도 다른 이들에게 겸손하게 우리 아들이 결승이라도 올라가겠냐며 푸념을 하지만 속으로는 두고 보라는 다짐을 몰래 하고 있다.
얼마 전 대회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로 며칠 행복한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감성이 이성을 앞서가다가 차츰 이성이 감성을 앞지르는 오늘이다. 우열곡절 끝에 출전한 세 번째 자유형 400M였지만 처음으로 중장거리 훈련을 하고 참가한 대회였다. 400M 훈련기록이 5분을 넘으면서 내가 (가시 박힌 말들로) J의 마음에 크게 상처를 내며 준비한 대회이기도 하다.
25.3.12. 400M 4:58:XX
25.5.23. 400M 4:51:XX
25.9.13. 400M 4:37:89
첫 대회보다 -19초 개인 PB 달성, 동갑내기 예선 조에서 1등, 유튜브 현장 중계에서 코치님의 칭찬으로 J와 나 , 우리 집 금쪽이 1호까지 순위는 잊(으려고 한 것 같다)고 장밋빛 미래만 그렸다. 곧 다음 대회에서 J가 혜성과 같이 등장하는 다코스가 될 요량으로 말이다.
1년 전 우리가 그린 미래는 오늘 지금이 모습과 거리가 멀다. 물리적 제반을 갖춰 엘리트 선수의 훈련양을 따라가면 곧 J의 기록이 당겨질 거라고 여겼다. 운동을 시작한 후 계속된 불안과 실망, 시기 질투와 속상함으로 지난 1년 중 행복한 날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다. 시간을 되돌려 다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다면 우리 가족은 모두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왜일까
실패와 좌절의 연속 (약) 1년.
그러나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뒤를 돌아보았을 때 웃음보단 눈물이 더 많은 나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하소연을 빙자하며 시간을 되돌리면 절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는데 막상 정말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라는 물음 앞에서는 똑같은 선택을 한다고 하다니.
나는 한결같이 주변을 의식하고 다른 이의 리즈에 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임을 또 한 번 깨닫는다.
결국 나의 속상함보다 얻은 게 더 많았다. 속상함은 내 욕심에 대한 감정일 뿐. J와의 관계, 삶을 바라보는 태도,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시간의 질적 향상,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한 뼘 성장한 J의 모습이 냉혼한 경쟁 구도에서 천대받고 눈치 보는 운동 병아리의 혹독함보다 컸다. 생산적인 소비와 건강한 가족의 소통 안에서 나의 아집과 욕심 그리고 편견까지 치유되었던 1년이었다. 공부라고 다르지 않았겠지만 J의 사회적 성장은 우리 부부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이지 않는가. 외동 J, 부족함 없는 환경으로 아쉬움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그런 J가 운동부 막내라서 수저를 놓고 분리수거를 하며 허드렌 일들을 하며 순서를 배우는 모습이 좋았다. 어디 내려다 놓아도 자기 밥벌이는 할 기술 하나와 건강한 신체, 앞으로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끈기라는 아이템을 장착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