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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Mar 01. 2023

눈 찾아 떠난 겨울여행(Ⅲ)


북해도 3박 4일


도야코/ 노보리베츠(1시간)/ 삿포로(1시간 30분)


 쇼와신산(昭和新山)


도야코 노천온천의 여운을 남겨두고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쇼와신산인데 이곳을 오는 동안에도 제설차들이 즐비해 보인다. 쇼와신잔(しょうわしんざん)은 시코츠(支芴)-도야(洞爺) 국립공원 안에 있는 활화산으로 지금도 분연과 매캐한 유황냄새를 내뿜고 있는 산이다.



원래는 보리밭이었으나 1943년 우스산(有珠山; うす‐ざん)의 화산활동으로 인한 분화와 지진으로 지표면이 솟아오르며 만들어진 산이라고 한다. 일본연호 쇼와(昭和)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산(新山)이란 뜻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화산폭발로 솟아오른 [쇼와신산]의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더 이상 그곳에 살수 없게 되자, 당시 그 지역 우체국장이 주변 땅을 사들여 보존했다고 한다. 산 높이는 100m에 불과하지만 펄펄 끓는 지표온도가 300℃에 이른다.



맑은 날은 열로 인해 수증기가 증발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날씨가 춥거나 온도차가 많이 나면 비교적 잘 보인다. 쇼와신산의 [호반주변]도 지진에 의한 지각변동으로 일대가 융기해 생겨났다.


  우스산(有珠山)


도야호수 남쪽에 위치한 우스산(해발 737m)에는 쇼와신산기슭에서 산 정상을 왕복하는 로프웨이가 있어, 화산활동 때 형성된 도야호수의 경관을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다. 케이블카를 오를 때면 정면에 [도야湖]의 시원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도야호

우스잔(うすざん)은 산꼭대기의 화구(火口)를 중심으로 용암류가 쌓여서 층을 이룬 성층(成層)화산이다. 도야호 옆에 위치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분화구로 가는 산책로가 있으며 분화구는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측화산(側火山)인 [쇼와신산]의 바로 옆에 있는 우수산(有珠山)은 2000년에 분화했는데 당시 용암분출은 없었지만 화산재가 크게 발생하며 도야호 옆에서 높이 치솟았다고 한다.



점심은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가마메시(釜飯) 솥 밥으로 마치고 노보리베츠(登別)로 이동해 유황에 빛바랜 절벽과 화산가스가 어우러져 지옥을 연상시키는 계곡을 둘러본다. 노보리베츠(のぼりべつ)는 북해도 동남부 해안 도시로 아이누語로 “색이 짙은 강”을 뜻한다.


かまめし(釜飯)

[노보리베츠 계곡]은 굿타라(俱多樂) 화산이 폭발해 파열된 화구흔적이다. 직경 450m의 거대한 폭발화구가 만든 계곡에는 110km² 면적의 많은 용출구와 화산가스가 분출돼 나오는 구멍이 있다. 600여m 산책로를 따라 돌아볼 수 있는 이곳은 하루 1만톤의 용수가 분출돼 노보리베츠의 료칸(旅館)과 호텔에 공급되고 있다.


  지고쿠다니(地獄谷)


지옥계곡(じごくだに)의 유래는 솟아나는 온천이 거품을 내며 끓어오르는 모습이 마치 귀신이 사는 지옥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곳은 홋카이도 유형재산을 선정하는 “홋카이도 유산”에 선정된 관광지이다.


노보리베츠 지고쿠다니

노보리베츠(登別) 온천거리 끝에 위치한 [유황온천]은 화산으로 생겨났고 지고쿠다니라는 [지옥계곡]도 생겨났다. 이 계곡에는 황회색 바위에서 화산가스가 분출되며 주변일대를 강렬한 유황냄새로 뒤덮고 있어 지옥계곡이란 [도깨비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のぼりべつ  地獄谷

[지고쿠다니]에는 간헐천(間歇泉)이나 열탕(熱湯)이 흐르고 있는데, 나무경계가 이어진 전망보도를 따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산책코스를 따라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늪 호수인 오유누마(大湯沼)까지 20여분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바닥이 빙판으로 얼어붙어 끝 길까지 돌아보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하코네(箱根)의 유황냄새가 진동하는 오와쿠다니(大涌谷) 분화구와 흡사해 보이는데 특별히 오르는 길이 없어 둘러보는데 힘들지 않다.



셋째 날 오후는 1시간 30분을 달려 삿포로市로 이동했다. 삿포로(札幌)는 삿포로페시(サッポロペシ)라는 아이누語로 “마르고 큰 강”, 즉 넓은 평야를 뜻한다고 한다. 하지만 본주(本州)인들이 홋카이도를 강제 점령하면서 편지 찰(札)과 휘장 황(幌)으로 바꿔버렸다.



대부분의 북해도 도시가 그렇듯이 [삿포로]도 18세기부터 일본인의 진출이 시작됐고, 19세기 후반(1869년)들어 건설이 이뤄진 개척도시이다. 1972년 동계올림픽대회가 개최되며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삿포로 시내를 지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크고 작은 빌딩 앞 [가로수]는 하얀 눈을 올려놓은 전나무들로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인양 뽐내고 있다. 혹시 크리스마스에 이곳을 찾는 연인들이 있다면 오래도록 행복한 추억을 남길 듯싶다. “あなたは わかい こいびと いますか?...”



  시로이 코이비토(白い 恋人)파크


이곳은 북해도의 명물과자로 유명한「하얀 연인」시로이 코이비토(しろい こいびと)를 테마로 만든 공원으로 과자회사인 이시야(石屋)제과에서 운영한다고 한다. 고성처럼 되어있는 중세유럽풍 외관과 함께 구석구석 독특한 실내디자인은 구경만 해도 즐거운 곳이다.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 입구

북해도를 대표하는 아기자기한 유럽풍 건물 안에 [시로이 코이비토]의 역사 및 생산 공정을 볼 수 있는 공장이 위치해 있고, 건물외관과 전경이 고성처럼 돼있는 중세 유럽풍으로 장식돼 아담한 [디즈니랜드]에 온 느낌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때마침 함박눈이 펑펑 쏟아내려 동화 속 겨울왕국에 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공원은 삿포로여행 시 꼭 봐야할 명소로 공원건물 위 곳곳에 달려있는 유키다루마(雪達磨) 또한 일품이다. 이 오뚝이 눈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하늘로 오르는 듯한 눈송이를 털어내며 한겨울 낭만에 흠뻑 빠져든다.



공원 안에는 눈꽃이 내려앉은 영국식 정원과 빨강색 런던버스가 있어 중세 영국분위기를 느끼며 추억여행을 담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오후 4시가 되면 시계탑 안의 인형들이 춤을 춘다고 한다. [시로이 코이비토] 상점에 들러 과자, 초콜릿과 기념품 등을 둘러볼 수 있다.



❍  오도리(大通り)공원 & 삿포로 TV탑


오도리(おおどおり)공원은 삿포로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녹지공원으로 매년 2월초이면 1.5km에 달하는 눈과 얼음세계인 거대한 눈 조각상「삿포로 눈 축제」가 펼쳐지며 절정을 이루는 곳이다. 삿포로 중심에 위치해 196만 시민의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휴식공간이지만, 겨울에는 눈 축제기간을 빼고는 온통 눈으로 덮여있어 큰 볼거리는 없다.


삿포로 TV탑

공원동쪽 끝 니시이찌초메(西1丁目)에는 삿포로 TV탑이 있는데 1957년 완공된 TV전파 탑이다. 142여m 높이로 완공당시에는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삿포로시내 어디서나 눈에 띄었다고 한다. 90m에 마련된 전망대에 올라가면 삿포로 시내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삿포로 시내풍경

자유 시간동안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었지만 1천円을 내고 전망대에 올라 온통 흰색으로 뒤덮인 도심전망을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에 무료로 개방돼 있는 3층 쇼핑몰에 올라가 어둑해지는 삿포로 도심(都心)의 하얀 풍경을 담아 넣었다.


❍  삿포로 시계탑


어느새 어두워진 시내를 빠져나가는 동안 삿포로 시계탑이 보인다. 1881년 보스톤 하워드社에서 제작한 이 시계탑은 동력으로 추를 이용하는 기계식시계로 설치 후 120년 이상 지났다고 한다.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삿포로의 상징처럼 남아있는 것은 그 아름다움 때문이다.



북해도의 중심인 삿포로의 저녁만찬은 무한리필 뷔페인 다베호다이(たべほ台)를 찾았다. 동석한 일행 여객(旅客)들과 호프도 기울이며 식사를 마친 뒤 시내 스스키노(薄野)에 위치한 숙소로 들어와 마지막 날 짐을 꾸렸다.


4일차 2023.02.16(목)


니조이치바 시장/ 북해도 신궁/ 신치토세공항


❍  니죠이치바(二条市場) 시장


북해도여행 마지막 날, 아침나절 삿포로 해산물시장인 니죠이치바(にじょういちば)를 둘러봤다. 이곳은 홋카이도의 3대 시장이라 하는데, 1903년 작은 생선가게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역특산물인 털게, 연어, 가리비 등을 저렴하게 살수 있다지만 시장안의 해산물식사 값은 2천円 이상으로 비싼 편이었다.  


니죠이치바 해산물시장


❍ 북해도 신궁(北海道 神宮)


오전 10시경 도착한 신궁은 북해도 개척당시 러시아로부터 북해도를 수호하기 위해 1869년에 건립한 북해도의 유일한 신사(神社)로 삿포로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북해도의 독특한 건축양식을 그대로 살린 신궁으로 옛 이름은 삿포로 신사였다 한다.


이 신궁에는 북해도 개척공로자 37명의 혼을 섬기고, 1964년 메이지덴노(明治天皇)를 합사해 홋카이도 신궁으로 개칭했다 한다. [야스쿠니 신사]가 태평양 전범들의 위패를 보관하고 있기에 신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깊어 신궁은 대충 돌아보고 나왔다.



신사중에서 천황과 인연이 깊은 영웅 혼의 위패가 보관된 경우에 신궁으로 지정한다고 한다. 북해도 신궁은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마루야마(円山) 공원 안에 있기에 200종이상의 수목이 우거진 원시림을 보존하고 있으며,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신궁을 들어가는 길목에는 100년이 넘는 화백나무 거목(巨木)과 즐비한 전나무들이 가지위에 얹혀있는 눈덩이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떨어지는데, 수시로 눈 폭탄을 맞는 여행객들에게서 즐거운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어 버스에 올라 치토세공항 인근에 위치한 야마노사루 치토세점(山の猿 千歲店)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는데 각자 키를 열어 신발장에 신발을 넣는 것이 낯설어 보인다. 4인실 작은방에서 스시소바(すしそば)를 먹었는데 런치가격이 900円으로 가성비가 꽤나 괜찮은 곳이었다.


야마노사루 스시소바

아쉬운 3박4일 일정을 마치고 15:00 치토세(千歲)공항을 출발해 18:00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귀국할 때 비행시간은 출발 때 보다 30분 이상 더 걸린다. 2023년 새해를 맞아 3년간 이어졌던 코로나관련 출국제한이 해제되는 분위기에서 작은 아이와 함께 둘만의 호젓한 시간을 만들어 보았다.


이번 여행은 함께한 둘째덕분에 휴대용 배터리와 와이파이 공유기인 [도시락]을 이용하면서 편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소원(疏遠)해졌던 부자사이가 쉽지 않게 마련된 사흘간의 합숙으로 좀 더 두터워지길 바랐던 것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길 기대해본다.  - 癸卯年(2023) 2月 末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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