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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n 26. 2024

노인과 바다

Review


2020년 쿠바여행을 계획하며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섬나라 풍광을 둘러보고, 조각배에 홀로 오른 산티아고가 사흘간 드넓은 멕시코 만(灣)을  헤맸던 역경의 순간들을 현지(現地)에서 느껴보고자 했는데, 코로나 발생으로 좌절됐던 아쉬운 기억을 떠올리며 헤밍웨이 단편을 정리해 본다. 



아바나 인근 [Ernest Hemingway 박물관]은 헤밍웨이가 쿠바에 머물던 시절 원주민어부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써내려간 곳이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의 줄거리를 아주 쉽게 풀어가며 가난한 섬나라 어민의 삶을 통해 고독과 희망좌절과 용기의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  

 


1952년 작품이 발표되며 세상에 알려진 이 저택은 그가 원고를 집필했던 낡은 타자기와 많은 유품들이 보관돼있어 아바나를 찾는 세계인들이 당시 상황에 공감할 수 있도록 관광지로 유지되고 있다. 소설배경인 한적한 어촌 코히마르(Cojimar) 역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 작품으로 헤밍웨이는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단편 소설답게 시종 단순한 이야기로 이어지지만 지칠 줄 모르는 인간의 열정과 강인한 의지가 읽혀지며, 간혹 노인의 꿈에 나타나는 아프리카 해변의 사자를 통해 상징적으로 인간의 명예와 고귀함 역시 전해주고 있다. 




쿠바 외딴해변 오두막에서 홀로살고 있는 ‘산티아고’는 고독한 늙은 어부였지만, 그를 따르는 이웃소년 ‘마놀린’은 대어(大魚)낚시를 배우는 조수이며 그나마 노인에게 유일한 말동무이자 생의 반려자가 되어주고 있었다. 산티아고도 젊은 시절에는 솜씨 좋고 강인한 어부였다. 



어느덧 늙어버린 산티아고는 너덕너덕 덧대 꿰맨 돛을 단 조각배로 멕시코 만(灣) 멀리 나가봤지만, 여든하고 네 번째 날이 지나도록 사장에 내다 팔만한 고기를 잡아 올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마놀린 부모는 노인과 함께 바다에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85일째 이른 아침, 고깃배를 띄운 노인은 홀로 먼 바다로 나갔다가 점심때쯤 엄청난 대어가 낚시에 걸렸다. 하지만 조각배보다 2피트나 더 큰 청새치(Striped marlin)에 끌려 손바닥이 부르트고 눈이 찢겨 피까지 흘려가며 고기가 끄는 대로 따라갔다.



대서양 열대 바다가 반사하는 햇볕 때문에 노인의 뺨에는 갈색 반점들이 얼룩져 있었다. 또한 두 손에는 큰 고기를 잡으면서 밧줄을 다루다가 생긴 상처가 깊게 파여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새로 생긴 상처가 아닌 오랜 세월을 지닌 상처들 이었다.



다음날 아침이 돼도 청새치 놈은 여전히 힘이 빠지지 않았다. 이틀 동안 노인은 그의 온몸으로 그물을 지탱했다. 지치고 고통스러운 중에도 잠깐씩 쪽잠을 자는데 꿈속에 해안가 사자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간간이 잡은 다랑어를 잘라 먹으며 하염없이 고기에 이끌려가고 있었다. 



또 다시 달이 떠오른 어두운 바다위에서 꾸벅꾸벅 잠이 들다보니 사흘째 날 해가 떠오르며 노인은 지칠 대로 지쳐갔다. 3일간의 시련 끝에 청새치는 지친 기색을 보이며 고깃배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둥근 원을 그리던 고기가 해면위로 뛰어오르며 청새치와의 격투가 시작됐다. 지친 노인은 남은 힘을 다해 청새치를 배 가까이 당겨 작살을 들이박으며 마침내 오랜 싸움을 끝냈다.




사방은 온통 피바다가 되고 사흘간 모진싸움 끝에 잡은 청새치를 배 옆에 걸어 붙이고는 밧줄로 묶은 뒤 배를 돌리기 위해 돛을 길게 올렸다.  



희망과 용기의 결실이었던 노인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돌아오는 길, 청새치 피 냄새를 맡은 상어의 추격을 격퇴했지만 밤이 되자 상어 떼가 다시 몰려왔다. 



노인은 손에 잡히는 것을 무기로 싸워보지만 상어 여럿이 달려들 때마다 고기는 뭉텅이로 뜯겨나가고 몸통은 점점 사라져갔다. 배가 겨우 해안으로 돌아왔을 때 청새치는 앙상한 뼈만 남아버렸다.



돛을 내려감은 노인은 지친 몸으로 오두막으로 들어가 맥없이 쓰러져 잤다. 다음날 마놀린에게 고기잡이를 함께 나가자고 약속한 산티아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며 리니아 해변의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헤밍웨이는 젊은 시절에 숱한 전쟁과 죽음 그리고 폭력과 파괴가 가득한 현실세계를 경험했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는 [노인과 바다] 산티아고의 독백을 통해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할 수는 없다”라는 진정한 삶의 용기와 희망을 강하게 전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에 참가했던 그는 큰 부상을 입은 뒤 동아프리카 사파리사냥에 몰두하며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했고, 쿠바에 머물 때는 대형낚시에 빠지기도 했다. 당대 대작을 통해 인류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었던 헤밍웨이 그도 점차 늙고 약해지는 자신이 싫었던지 1961년 자살로 61세의 생을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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