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아베이루
이번 칠순여행의 첫 번째 목적은 15세기 항해탐험의 시발점(始發點)이였던 포르투갈 출항지 [리스본 항구]와 [포르투 항구]를 직접 확인하고 이어 스페인의 [세비야 항구]도 찾아보기 위한 탐방이었다.
오래전 은퇴를 앞두고 그 시대 탐험가들이 대서양과 인도양으로 출범했던 이베리아반도 항(港)을 기점으로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잉카문명과 마야문명 및 아즈텍문명을 둘러보고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인 “폭풍의 곶”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거쳐 서인도 캘리컷 항구까지의 탐방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 실행으로 2017년 23시간 비행에 올라 [페루]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탐방하고 이듬해 20시간을 날아서 [남아공] 희망봉과 케이프 포인트를 찾았다. 이어 2020년 콜럼버스 신대륙 첫발견지인 쿠바섬과 함께 [멕시코시티]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과 [칸쿤] 치첸이트사(Chichen-Itza) 탐방을 준비했다.
하지만 뜻밖의 코로나로 계획이 좌절되고 최근에는 허리통증으로 미뤄오다 십일월 초하룻날 이베리아 방문을 실행에 옮기며, 남은 곳은 여전히 버킷리스트에 남겨둔다. 15시간 반을 날아 리스본에 도착한 뒤 숙소로 이동해 장시간 비행에 지친 첫날을 보내고 이튿날 포트(Port)와인 고장인 [포르투]로 향했다.
포르투갈의 운하도시 아베이루
리스본을 빠져나와 포르투로 가는 도중 근교 도시인 아베이루(Aveiro)를 먼저 둘러보기 위해 3시간을 달려갔다. 외곽도로 차창 밖으로는 풍력발전기가 보이고 넓은 밭에는 포도와 오렌지 나무가 간간이 펼쳐진다. [아베이루]는 포르투로 가는 길목에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1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도시다.
❏ 소도시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아베이루 운하
[아베이루]는 약 7만 명 인구의 소도시이다. 이곳은 운하(運河) 도시답게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라고도 불리는 아베이루 운하가 도심을 S자로 관통하고 있고 선착장에는 전통적인 보트가가 운행하고 있다. 이 곤돌라 모양의 배는 몰리세이루(Moliceiros)라고 불린다.
거대한 석호와 바다사이에 자리 잡은 아베이루 사람들은 석호 평야에서 염전과 수초를 생계수단으로 삼았다. 이곳에서 생산된 소금과 수초를 운반하기 위해 운하를 만들고, 전통 배인 몰리세이루를 이용해 소금을 운반했다고 한다. 아베이루 [몰리세이루]는 베네치아 [곤돌라]보다 색감이 훨씬 더 화려하다.
현재 전통 배인 몰리세이루는 관광객을 태우고 운하를 돌고 있다. 운하 옆에는 독특한 아르누보(Art Nouveau) 건물이 많은데, 이는 과거 소금으로 돈을 벌어들인 상인들이 부를 과시하기 위해 화려하게 꾸민 건물이다. 하지만 당시 가난한 어부들은 울긋불긋 짙은 원색으로 소금창고를 칠했다고 한다.
그로인해 운하 양옆의 건물들은 유럽감성에 빠져들게 하는데 짙은 보트색상과 어우러져 멋진 사진에 담아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운하 양편으로 갈려있는 마을에는 몇 개의 다리가 놓여있다. 그중 [광장 다리] 네모서리에 동상이 있는데 특히 눈에 띠는 것은 염전 작업도구를 든 살리 네이라(A Salineira) 동상이다.
다리주변 운하광장에는 아기자기한 숍도 즐비한데 쇼핑에는 관심이 없기에 빠르게 지나치며 자물쇠와 함께 알록달록한 리본이 가득 매달려있는 열쇠다리(Ponte Lacos de Amizade; 수호의 다리)를 찾았다. 다리 난간에는 소망 또는 사랑의 마음을 담은 글씨가 적힌 길쭉한 리본들이 빼곡히 묶여있다.
지구촌 어느 곳을 가더라도 간절한 바램을 매달아 소망을 이루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은 세기와 장소를 불문하고 동일한 듯싶다. 차창 밖으로는 [아베이루 운하] 어귀에 소금을 쌓아놓은 집하장(集荷場)들이 보인다. 소금생산지로 알려졌던 이곳은 오늘날 염전이 급격히 쇠퇴해 몇 개만 남아있다고 한다.
운하를 따라 줄지어있는 옛 소금창고는 지금은 대부분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베이루는 운하뿐만 아니라 좁은 골목길도 낭만적이다.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미세리소르디아 성당(Igreja Misericordia)이 보인다. 석회암 성당기둥과 전면의 푸른 도자기 타일인 아줄레주(Azulejo)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베이루]는 골목골목을 걸으며 분위기에 취해보고 생각 없이 그냥 걸어가며 산책한다는 느낌의 낭만적인 도시이다. 이어 광장골목 가게점원에게 위치를 물어가며 찾아본 아베이루 역은 새하얀 화이트와 블루 그리고 푸른 하늘이 조화를 이뤄, 역 모습 한 컷만으로도 뭔가 가슴이 설레는 모습이었다.
포르투갈 운하도시 정취에 젖어 이곳저곳을 기웃대다보니 조그만 가게에 걸린 가을석양 빛이 아름다운 [광장 다리] 그림엽서가 눈에 들어온다. 하루해가 저무는 엽서 사진을 담아 넣고 이어 아베이루 식당가를 찾아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구운 닭요리 프랑고 피리피리(Frango à Piri-Piri)를 시식(試食)했다.
닭고기(Frango)에는 매운 소스(Piri-Piri)를 뿌려먹는데, 일곱 살 남짓한 가게주인 아이가 피리피리를 갖다 주며 손님들의 관심을 끌기에 절로 입맛이 돋우어졌다. 포르투갈은 대서양과 지중해가 맞닿아 있어 주로 해산물을 먹지만 닭고기도 많이 소비한다. 대항해시대 선봉장이었던 포르투갈은 교역을 통해 동양(東洋)에 영향을 끼친 반면, 중국의 광동요리로 부터 영향을 받기도 했다.
다양한 해산물 쌀 요리인 아로즈 데 프랑고(Arroz de Frango)는 스페인에서 맛본 파에야(Paella)와 비슷하다 한다. 한국의 “빵”어원은 포르투갈 빵(pão)과 스페인의 빵(pan)에서 전해졌다. 그 때문인지 낯설지 않은 점심을 마친 뒤, 여행객의 먼 발길을 재촉하듯 서둘러 1시간을 달려 포르투(Porto)에 도착했다.
Still Image
Extra Shoo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