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 아흐렛날은 톨레도(Toledo)의 옛 유적도시를 둘러보기 위해 1시간을 달려 톨레도 구시가지로 이동했다. 톨레도는로마인들에 의해 개척된 도시로 5세기말 [서로마 제국] 멸망 후 [서고트 왕국]의 수도였고, 8세기는 [이슬람 제국]에 점령되었다.
1085년에는 [카스티야-레온] 연합왕국의 수도였고 이후 15세기 통일 전까지는 [카스티야 왕국] 중심지가 됨으로써 천년의 난공불락 고도(古都)가 되었다. 1492년 이베리아반도 전역에 대한 레콩키스타가 완결되자 톨레도는 이교도 도시로 낙인찍혀 배척됐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스페인 통일왕국의 펠리프(Felipe) 2세가 1560년 마드리드로 천도(遷都)하면서 오늘날에는 가톨릭, 이슬람, 유대교의 유산이 함께 공존하는 역사의 도시로 보존되고 있다. 먼저 톨레도의 [산토 토메] 성당을 찾았는데 정각 10시에 문을 열기에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주변풍경을 담아 넣었다.
❏ 세계 3대 성화가 있는 산토 토메(Santo Tome) 성당
산토 토메(성 토마스) 성당에는 오르가스(Orgaz) 백작의 작은 경당(Capilla)이 있는데, 그곳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성당입구에 있는 엘 그레코(El Greco)의 명작이라는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El entierro del Senor de Orgaz 1586년作) 그림을 살펴보았다.
이 작품은 오르가스 백작 장례식을 그린 것인데, 16세기 엘 그레코(El Greco)가 9개월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종교관련 그림으로 유명하다는 이 작품은 통상의 아름다움이 아닌, 지옥의 문 같은 두려움도 아닌, 장엄함 속에 담백한 사(死)의 영혼이 깃들어 보이는 듯했다.
그림은 천계와 현세가 명확하게 상하 분할되어 있다. 장례식에 참석한 현세의 사람들과 천상의 모습이 나뉘어져 있고, 죽음이후 새로운 생명의 시작됨을 알리고 있다. 성모 마라아 좌측에는 천국에 들어가는 2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베드로가 있다.
마리아의 붉은 치마 바로 아래 노란 머리의 천사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아기가 바로 죽어서 새롭게 태어난 오르가스 백작이라 한다. 이 그림 속에 엘 그레코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스테파노 성인의 머리에서 정확히 수직선상 가운데 자신을 양쪽에 2명으로 그려 넣었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이어 세계 3대 성화(聖畵)로 꼽힌다고 한다. 오르가스 백작은 톨레도 지방의 귀족으로 생전에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의인(義人)이었는데, 1323년 사망하자 하늘에서 성인들이 내려와 시신을 친히 매장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한다.
❏ 이슬람세력을 몰아낸 기념 건축물 톨레도(Toledo) 대성당
톨레도 중심부에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톨레도 대성당은 13세기 지어진 스페인 3대 고딕성당 중 하나이다. 1226년 페르난도 3세에 의해 건설을 시작해 1493년에 완공됐다. 대성당의 정면에는 2개의 탑이 양쪽에 서로 대칭을 이루도록 설계됐으나 한쪽 종탑만 완성된 채 남아있다.
톨레도 대성당
성당 정면에 3개의 문이 있으며 중앙에 있는 문은 [용서의 문]이라 하여 이곳을 지나는 사람의 죄를 사해준다고 한다. 우측에는 [심판의 문]과 좌측엔 [지옥의 문]이 있다. 본당 우측 [보물실]에는 16세기 초 독일 엔리케 아르페(Enrique de Arfe)가 만든 엄청나게 화려한 성체현시대(Custodia)가 있다.
성체현시대
3m 높이의 성체현시대(聖體顯示臺) 내부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져온 18kg의 순금으로 돼있으며 금과 은으로 된 5,000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무게만 183kg이라고 한다. 중앙에는 다이아몬드 십자가까지 있고 외부는 은으로 만들어졌는데 16세기 말경에 금으로 도금되었다.
성당의 대제단(Capilla Mayor)은 27명의 장인들이 매달려 1504년에 완공한 것으로 예배당 중앙제단 뒤 병풍은 온통 황금빛으로 장식돼있다. 7열의 조각들이 4줄로 배열돼 있는데 아래부터 성모상, 성채현시대, 예수탄생, 성모승천 내용이 조각돼 있고, 중앙상부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모습 등 예수일생이 조각돼있다.
대제단
대제단 뒤편으로 가면 톨레도 대성당 건축의 묘미인 [트란스파렌테]가 보인다. 어두운 대성당의 내부 중에서 유일하게 채광이 되는 곳이 이곳 트란스파렌테(Transparante; 스테인드글라스)이다. 위편에 둥근 천정을 깎아 구멍을 조각한 인물상이 태양광선을 받아 영적(靈的)인 후광이 비치는 듯한 효과를 냈다.
트란스파렌테
직접 햇빛을 성당 안으로 불어넣기 위해 천장을 뜯는 방식은, 스테인드글라스와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이다. 천장 일부를 헐고 자연 채광(採光)을 끌어들인 솜씨는 그야말로 정교함의 극치를 이룬다. 에스파냐 통치자들은 화려하고 진귀한 보물로 대성당을 장식함으로써 천국의 문을 들어가기를 소망했으리라.
톨레도 대성당은 풍부한 재정과 지원 덕분에 수많은 보석과 화려한 장신구 등으로 치장돼 있었고, 대재단 왼편의 성물실(聖物室) 입구 천정은 루카 조르다노(Luca Giordano)가 10년간 그렸다는 대형 천정화가 있는데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엘 그레코와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들이 있다.
엘 그레코 작품
❏ 고풍스러운 톨레도 구시가지 투어
마드리드에서 1시간쯤 떨어져있는 톨레도는 중세모습을 간직한 이슬람문화 도시이다. 크지 않은 도시로 스페인 남부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지닌 곳으로도 1987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 유산도시로 지정되었다. 해발 530m의 고도(高都)에 오르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무려 5번이나 갈아타며 오른다.
[톨레도 구시가지]는꼬마열차 소코트랜(Zocotren)를 타고 톨레도 타호강 외곽을 돌면서 톨레도의 이슬람양식 성과 옛 궁전인 알카사르(Alcázar) 전경을 둘러본다. 타호(Tajo)강을 건너는 아치형 [산마르틴 다리]와 [알칸타라 다리]가 있는데, 이곳 타호강은 포루투갈을 통해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타구스강이다.
소코트랜 열차 코스
꼬마열차에 올라 톨레도 전망이 보이는 소코도베르(Zocodover) 광장을 출발해 [산타크루소 미술관]을 지나 알카사르 북쪽 비사그라(Bisagra) 성문을 지나 톨레도를 감싸는 타호강을 지나는데 동쪽으로 알칸타라(Alcántara) 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는 톨레도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13세기 알폰소 10세 때 완공했다 한다.
비사그라 성문
알칸타라 다리
톨레도 알카사르(Alcázar)는 로마인들이 궁성으로 사용하던 것을 11세기 알폰소 6세가 요새화한 곳으로 현재의 모습은 스페인 내전기간 동안 완전히 파괴되었던 것을 복원한 것이다. 지금은 군사박물관, 도서관, 카페로 이용하고 있다. 톨레도 성벽은 넓은 고원지역을 관할하는 요새였기에 삼면에 흐르는 타호강을 따라 형성돼 유럽에서 가장 요새화된 성벽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알카사르 요새
언덕 아래로 내려가 톨레도 시내를 돌다가 전망대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 포토존인 남쪽 전망대(Mirador del Valle)에서 내려 20분쯤 멋진 톨레도 전경을 감상하고 인증 샷도 남긴다. 전망대에서 톨레도 구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보니 알카사르 요새(右)와 톨레도 대성당(中) 등 도시하나가 거대한 역사유적처럼 보이는 색다르고 멋진 경험이었다.
톨레도 전망대
언덕위에 우뚝 서있는 [알카사르 요새]의 뾰족한 첨탑은 이제는 역사의 뒷길로 사라진 한시대의 위용을 보여주는 듯했다. 서쪽에 있는 산마르틴(San Martín) 다리를 조망하면서 다시 열차에 올라 톨레도 [알카사르] 안으로 들어가 산티아고 알라발(Santiage de Arrabal) 성당을 지나 소코도베르에서 하차한다.
산마르틴 다리
꼬마열차를 타고 다시 처음 출발했던 [광장]으로 돌아온 뒤 중세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골목을 한참 걸어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언덕 밑으로 내려왔다. 톨레도는 스페인 여행 중 가장 고풍스러운 인상 깊은 곳이었다. 12시경 차에 올라 마드리드 시내로 향했다.
마드리드 외곽 도심지는 1, 2층 주택들과 넓은 공원에서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들의 한가롭고 여유로운 모습이 부러워 보였다. 2시경 시내식당을 찾아 이베리코(ibérico) 돼지 스테이크로 식사를 마치고 시내투어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