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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Sep 29. 2024

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흐르는 강물처럼>

흔히, '베스트셀러'라고, 요즘의 유행하고 있는 책을 선택하여 읽은 두 번째의 책이다. 그동안의 내가 읽었던 책의 리스트를 살피다보니, 주로 남성작가가 썼던 작품이었는데 마침, 지역 독서모임에서 이번달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선정하였기에, 주저함없이 첫 장을 넘기면서 주말을 맞이했다. 새삼, 여성 작가의 문체를 경험해 보고 싶기도 했고, 여성의 삶에 대해 이성인 내가 조금은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랄까? 그런 생각도 있었다. 또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나라, 살아가고 있는 시대, 그리고 나와 연배가 비슷할 것 같은 작가의 필체라 그런가?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이틀만에 읽혀진 걸 보니, 어렵게 다가온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며 지나가듯이 부담없이 보낸 시간이었다.  


먼저, 나는 이 책에서 주인공인 빅토리아와 윌슨 문이 만나는 장면에서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의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가 만나는 장면을 보았다. 윌슨 문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자유의 몸짓을 보았고, 빅토리아의 혼자된 삶에서 <월든>에서 살고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나 산골 오두막집에서 살고 계셨던 법정스님의 모습도 떠올리곤 하였다. 법정스님이 <월든> 책을 읽고선, 바로 그 지역을 가 보셨다는 자신의 수필에서 남기셨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미국의 어느 시골마을을 가다보면 겪게되는 백인들의 우리 이민족들을 보는 시선 - 아직도 'Trump' 사인을 태연하게 내걸고 있는 시골풍경도 포함해서 -을 다시 보기도 했고, 요즘의 정치적 이슈중 하나인 '낙태'에 대한 나의 입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 시간도 가져 보았다. 물론 작가는 이 책에서 그런 이슈를 담아내려는 건 아니고, 미국의 어느 시골 여성의 애잔한 삶, 그리고 그녀가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것이다. "Go as a river !" 인생의 흐름을 보였고, "V는 매순간 해야 할 일을 했던 것 뿐이죠"라는 한 마디 말처럼, 살아가는 지금 그 순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 삶의 여정을 보였다. 잡지 못하는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잡고 있는 바로 지금의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삶의 자세를 보인다.    


책의 간략한 줄거리로는, 콜로라도의 어느 시골에서 자라는 주인공 빅토리아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자신이 의지했던 가족 구성원인 엄마, 이모, 그리고 오빠를 동시에 잃게된다. 그리고 그녀는 집안의 유일한 여성으로서, 무뚝뚝한 아빠, 말썽쟁이 난폭꾼 남동생, 그리고 두 다리를 잃은 불평꾼 이모부와 함께 시골소녀 아니, 주로 집안의 하녀 역할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원주민 소년 윌슨 문과의 우연한 만남, 사랑... 그러나 그들만의 시간은 잠시였고, 결국 다가온 그 소년의 타살, 17세 소녀가 선택한 산 속 어디선가의 나 홀로 출산, 그 아기를 결국 다른 이의 가족에게 슬며시 놓아두고...다시 그 소녀는 아픔과 그리움을 내면에 삭히며 그녀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녀가 살아온 삶의 터전은 곧 저수지 개발로 물 속에 잠겨 없어지게 되고, 마치 그녀의 모든 아픔을 가라앉혀 없애는 것을 암시하며... 그녀는 또 다른 지역에서 그녀의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땅은 그녀를 허락하고, 그녀는 그 대지에서 자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머금으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그녀의 아기(베이비 블루 즉, 루카스)를 키워준 엄마가 쓴 글-아기 루카스의 성장과정-과 메시지를 받게 되고... 결국, 주인공 빅토리아는 자신의 아들 루카스를 재회하는 장면에서 이 작품을 마치고 있다. 앞으로의 그들의 삶의 흐름이 어떻게 될 지를 독자에게 맡기며 "Go as a river"와 같이...  


마지막으로 표현이 좋거나, 생각해 볼 만한 문장들을 아래와 같이 남기며, 글을 마친다.    

그는 내게 본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운 삶이야말로 참된 삶이라는 사실을,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삶을 지속하겠다는 마음 외에 그다지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이모부는 슬픔이라는 어린 양을 숨기기 위해 분노라는 사자를 앞세워 살고 있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 뿐이라고."

그건 내 선택이 아닌 필요에 의한 굴복이었다. - 어린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어머니처럼 집안일을 도맡아 하던 때...

숲 속의 집에서 잠을 청할 때면 숲의 심장이 뛰는 소리, 주변의 무수한 생명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나와 함께 호흡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밤이 두렵지 않은 건 살면서 처음이었다.

세상에는 슬픔을 넘어서는 슬픔, 펄펄 끓는 시럽처럼 아주 미세한 틈으로도 스며들어 버리는 그런 슬픔이 있다. 

나는 말벌을 삼켰다가 목구멍에 벌침을 쏘였다는 얘기를 하는 것만큼이나 잔인한 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산에서 얻은 가르침이 있다면, 그건 땅은 지속된다는 것, 필요한 때가 되면 인간의 어리석음을 없애고, 가능할 때 제 모습을 되찾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흐르는 강물의 일부는 변함없이 아래로 흘러갈 거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느리더라도,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아무리 적은 양이더라도 강물은 어떻게든 물길을 찾아내 꾸준히 흐를 것이다. 

나는 이 땅을 일굴 만큼 강인하다는 걸 증명해 냈고, 이 땅은 나를 받아줄 만큼 관대하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브이는 매 순간 해야 할 일을 했던 것 뿐이죠

숲은 내게 말했다. 모든 존재를 그 자체로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겹겹이 쌓인 시간의 층이라고.  

저수지로 만들어 놓았는데도 온갖 걸림돌과 댐을 거슬러 앞으로 나아가고 흐르는 이 강물,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해 그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걸 가지고 계속 흘러가는 이 강물이 내 삶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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