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 소담 III
어린 시절엔 담배 피우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일곱 살 때 어른들이 담배 피우는 게 멋있어 보였다. 입에서 연기가 나고, 코에서도 연기가 나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 몇 명과 골방에 숨어 종이를 말아 피워본 적이 있다. 기침이 얼마나 나던지 눈물을 흘리며 나왔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담배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졌다.
대학원 시절 세미나 시간에 암병동 의사를 초청 강사로 모신 적이 있었다.
여러 암의 원인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여학생들을 보더니 " 절대 담배 피우는 남자 하고는 결혼하지 말라!"라고 하셨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리는 확률이 높은데 , 당장 죽는 것이 아니라 10년 내지 15년 후에 죽는다. 그때가 자식한테 돈이 제일 많이 들어갈 때 혼자 죽는다고.....
한 번은 TV프로에 일본에서 행한 실험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담배를 태워 니코틴 농축액을 만들고 털을 부분 제거한 쥐 두 마리를 준비했다. 털 없는 부위에 니코틴 액체를 두 방울씩 떨어트리자 쥐의 피부에 물집인지 종양인지 순식간에 그런 것이 여러 개 생겼다. 물론 담배를 저렇게 농축해 피우지는 않겠지만 " 해롭구나 "라는 생각이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담배를 기호품이라 여긴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좋아하는 것도 못하고 오래 살면 뭐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그냥 짧게 만 사는 것이 아니니 문제가 크다.
독일에서 후두암 수술을 한 환자를 본 적이 있는데 말을 못 해 간호사가 마이크 같은 것을 주니 그것을 목에 대고 말하는 것이었다. 마치 로봇이 말하는 것 같아 놀랐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을 하니 다행이라 여겼다.
한 10년이 지난 후 우리나라 병원 이비인후과에서도 그런 환자를 보았는데, 종이에 글로 써서 간호사에게 주는 것이었다. 그리곤 부인에게 그냥 죽을 걸 괜히 수술했다고 후회를 전했다.
수술 안 한다고 금방 죽지 않고 삶의 질이 무척 떨어진 고통의 시간을 한참 보내야 죽을 수 있는 것이다.
흡연은 어린이와 여자에게 더 해롭다.
특히 임산부의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태아에게 산소공급을 막는다. 마치 태아의 목을 졸라 숨을 못 쉬게 하는 것과 같아 태아가 잘 크지 못한다.
다행히 임산부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다.
우리는 왜 담배를 피우는가?
무엇인가 무척 좋기 때문이다.
담배의 니코틴은 우리에게 심적 안정감을 준다.
또한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신나게 한다.
하지만 폐 세포를 파괴해 폐활량이 현저히 줄어들게 하고, 동맥에 지질이 싸이는 것을 촉진해 동맥경화가 오게 한다.
그러다 암도 오는 것이다.
아마 찾아보면 담배보다 좋은 것도 있을 것이다.
해로운 것은 과감히 버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