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두 살 정도 될 때까지는 몰랐다.
숟가락질도 연필을 잡지도 않아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글을 가르치려 연필을 잡게 했더니 왼손으로 잡는 것이었다.
의외였다. 남편도 나도 오른손잡이이고 주변에 왼손잡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대뇌의 좌반구와 우반구의 발달이 다르게 된 채로 태어난다.
어떤 아이는 우반구가 발달한 채로 태어나고 어떤 아이는 좌반구가 좀 더 발달한 채로 태어난다.
우반구가 발달한 아이는 왼손잡이로, 좌반구가 발달한 아이는 오른손잡이로 태어난다. 뇌의 신경이 몸으로 내려갈 때 연수부위에서 교차가 일어난다. 연수는 우리 뒷목 쏙 들어간 부위에 있는 심장박동, 호흡을 조절하는 중요한 뇌이다. 그래서 그 부위는 급소이다,
얻어맞으면 잘못하면 죽는 부위이다.
우반구와 좌반구는 담당하는 활동 영역이 다르다,
좌반구가 하는 일은 언어, 논리, 계산등을 담당하고
우반구는 창조적, 예술적인 일, 공간개념등을 담당한다.
어느 손을 쓰는지에 따라 발달하는 뇌의 영역이 다른 것이고 , 거꾸로 말하면 뇌의 발달이 다르면 쓰는 손이 달라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오른손잡이이다.
서구보다 우리나라는 오른손잡이 비율이 높다.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 인지는 유전이 아니다.
유전적 요인이 아주 적다.
하지만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환경요인이 높은 것으로 생각한다.
왼손잡이인 아들에게 10을 한번 써보라고 하니 아들이 01이라고 썼다.
" 아니 , 이 일을 어쩌지....., 뇌가 이상한가?"
걱정되었다.
다시 연필을 오른손으로 잡게 하고 따라 써보라고 하니 맞게 10이라 썼다. 그때부터 연필은 오른손으로, 숟가락도 오른손으로 잡게 하였다.
아들은 별어려음 없이 숟가락, 젓가락질을 하였고 연필도 오른손으로 잡고 글을 썼다.
하지만 타고난 것은 어쩔 수 없어 왼손 힘이 훨씬 강하여 왼손 팔씨름은 학교에서 명성이 있었다.
팽이를 쳐도 왼손으로 쳤고, 공을 찰 때도 왼발이 먼저 나갔다. 공간 개념이 좋아 도형을 싸아 놓은 그림을 봐도 뒤에 있는 숨은 도형도 다 생각을 했다. 설명이 필요 없이 수학문제를 잘 풀었다.
춤도 잘 추어 발레를 시킬까도 생각했다.
학예회 때 춤을 추면 항상 맨 앞줄 가운데 섰다.
한 번만 보여주면 춤을 다 따라 추었다.
하지만 내성적인 아들이 발레복이 창피하다며 완강히 거부를 하여 시킬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들은 선천적, 후천적으로 양손잡이가 되었다.
어찌 보면 뇌의 발달을 고르게 하게 된 결과가 초래되었다.
하지만 아들을 보면 노력이 타고난 것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력 없이도 그냥 잘하는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타고난 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정말 행운인 것이다. 아이들은 보통 잘하는 일을
좋아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그 일을 했을 때 칭찬과 찬사가 쏟아지니 좋아할 확률이 커진다. 만약 둘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잘하는 일을 하는 것보단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 될 것이란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