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 소담 III
무서운 옆집개 때문에 내 심장은 콩닥콩닥.
전에 살던 우리 집은 단독 주택이었다.
마당이 있어 계절별로 다른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가끔은 대추도 열려 따먹기도 했다.
대나무가 많아 운치는 좋았지만 대나무 잎이 지붕에 떨어지면 물통이 막혀 비 오기 전에 꼭 치워야 하는 나에게는 좀 귀찮은 그런 집이었다.
우리 옆집은 개를 키웠는데 하얀 진돗개였다.
이름은 또또였다. 또또는 어지간해서는
짖지 않았다. 배달 오토바이 소리에나 짖었지 동네 사람을 보고는 짖지 않았다. 또또는 수시로 골목에 나와 있었다. 아들과 내가 나가면 우리한테 오는데 아들이 무서워해서 "또또, 저리 가!" 하면 저리 가던 영리한 개였다. 사실 아들 키가 개 만한 때니 무서웠을 것인데, 내가 하는 것을 본 아들도 개가 자기한테 오면 "또또, 저리 가" 하며 개를 보냈다.
그 개가 늙어서 어느 날 시골로 내려갔고 그 집에는 스위스에서 우유배달하는 개같이 크고 색은 검은 털북숭이 개가 왔다. 이 개는 모두를 보고 짖었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열쇠로 대문을 여는데 그때마다 옆집 개가 담장에 몸을 반쯤 걸치고 반은 나에게 달려 나올 듯한 자세로 나를 향해 짖는 것이었다. 어디서 그렇게 큰 개를 데려왔는지 위협적이었다.
바보같이 자기 집이나 지키지 내 집까지 참견하는 것이었다.
덩치가 큰 개의 짖는 소리는 온 동네에 왕왕 울렸다.
대문을 열 때마다 그 개가 달려들까 봐 무서워서 내 심장은 콩닥거렸다. 담담하고 싶은데 내 의지와 무관하게 콩닥거렸다.
재빠르게 문을 따고 빨리 개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만이 해결책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무섭거나 긴장감을 느끼면 왜 심장이 뛰는 것일까? 멈추게 하고 싶어도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
오늘은 우리의 몸을 지배하는 말초신경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이 두 가지는 골격근에 분포한 체성신경과 내장근에 분포한 자율신경이다.
우리의 팔, 다리근육, 얼굴근육 즉 골격근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인다. 걷고 싶으면 걷고, 웃고 싶으면 웃고, 씹고 싶으면 씹는다. 골격근에 분포한 체성신경은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된다. 그래서 골격근은 수의근이라 한다.
반면 내장근은 그럴 수 없다. 심장 좀 멈추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소화 좀 빨리시키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내장근은 자율신경이 지배하는 불수의근인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혼자 알아서 조절되는 신경인 것이다.
내장근을 지배하고 있는 중요한 자율신경에는 또 두 가지가 있다.
위험이나 비상사태가 감지되면 내장근을 지배하는 하나의 신경은 아드레날린을 폭발적으로 분비한다.
그럼 눈의 동공이 커지고, 심장 박동수도 증가해 두근두근 대고, 호흡량도 증가해 헉헉거리고, 혈당증가, 혈압상승. 침분비 감소,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는 감소시키지만 골격근으로 가는 혈류는 증가시킨다.
즉 눈 동그랗게 뜨고 팔을 들어 세게 개를 때리던지 도망가라고 심장이 뛰어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신경이 활성화되면 우리는 휴식상태로 들어간다. 눈동자는 수축하고, 심장박동수는 감소하고 침분비가 증가하여 식욕이 생기고 호흡도 감소하게 된다. 위험을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이다.
이 두신경이 조화를 잘 맞추어야 위급한 상황은 피하고 쉴 땐 쉬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흥분 쪽으로 균형이 기울어진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한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심혈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장시간 계속 긴장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스트레스 후에는 휴식 때 작용하는 신경을 활성화시켜 조화를 맞춰 주어야 심장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가까운 벽을 바라보고 앉아있으면 휴식 시 작용하는 신경이 활성화된다.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명상을 하거나 운동을 하여도 도움이 될 것이다.
흥분과 휴식을 조절하는 이 두신경의 균형이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굉장히 중요하다.
요즘에 많이 듣는 단어가 불안장애이다.
어린 학생들에게도 많다.
심장이 빨리 뛰어서 불안한 것인지 불안해서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인지는 달걀과 닭의 관계와 같다.
불안의 원인은 정말 많다.
내가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입학시험 때 떨리면 크게 숨을 쉬라고 했더니 "그렇게 안 했으면 기절할 뻔했어요." "샘, 하도 떨려서 심장이 입으로 나오는 줄 알았어요." 이런 것은 당연한 긴장이다.
이런 긴장은 당연하게 여기며 넘어가면 된다.
이런 것 말고 그냥 불안할 때 문제가 된다.
이것은 자율신경이 제 기능을 못해서 일어날 수도 있고 호르몬양이 급격히 변해도 따라온다.
잠시 불안증상이 온다고 그것에 몰두할 필요는 없다. 아니 그럼 안된다, 떨쳐내야 한다.
운동을 하면 어느 정도 떨쳐낼 수 있다.
그렇게 해도 안될 정도면 의사 상담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기 전에 우리는 쉬는 지혜가 필요하다.
쉼은 낭비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저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