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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에스더 Oct 14. 2024

소담 소담 III

용문사 호랑나비

대학 때 1박 2일 채집여행을 갔었다.

식물과 곤충을 채집해 표본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가  딸린 여행이었다.

전세 버스를 타고  과 친구들과 같이 용문산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산으로 향하여 식물 채집을 했다. 처음 보는 것 같은 식물들의  잎을 한 장씩 따서 채집함에 넣었다.

첫날의 일과는 그렇게 끝이 났고,  다음 날은 일찍 일어나 허리에 채집함을 차고 잠자리채를 손에 들고 곤충잡이에 나섰다.


무당벌레,  장수벌레 등을 잡고 보니 나비가 많이 날아다녔다. 아직 초여름이라 잠자리는 없었다.

나비를 잡으려니 날아다니는 바람에  쉽지  않았다.

그래도 희귀하게 생긴  꼬리가 제비 같이 생긴  나비를 잡아 통에 넣었다.  흰나비도 잡고 노랑나비도 잡았다.  갑자기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나는 것이 보여서 쫓아가는데, 나비만 보면 엎어질 까봐 땅을 보며 하자니  힘들었다. 달려가다 보니 땅에 큰 돌이 있는 것이 보여  건너뛰며  다행히 엎어지지 않고 달려가  나비를 잡았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감히 경내에서  살생을 해!!!!!!"

어떤  스님이 저 멀리서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아까 건너뛴  돌이  용문사

경계를 나타내는 낮은  돌담이었던 것 같았다.

높이가 10cm 정도라  그냥 땅에 있는 돌인 줄 알고

넘었는데    그곳이 용문사 앞뜰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사찰이 있을 거란 생각도 못했다.

모르고  한 행동이지만 그래도 무척 죄송한 마음에

" 죄송합니다. 모르고 그랬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살생이란 말이 낯설었고 마치 살인했다는 말처럼 들렸다. 스님은  재차  똑같이 소리를 질렀다. 난  또 똑같이  머리를 숙이며 사과를 드렸다.  그때까지는

정말 미안했고  나의 행동을 자책했다. 하지만 일이 일어난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러고 서있는데 스님의 나무라는 고함이 삼차 들려왔다. " 어쩌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번 말하면 알아듣지 자꾸 똑같은 것을

나무라면 어쩌라는 말인지....

옆에 있던 친구가 대신 사과를 하며 나를 끌고 나왔다.


걸어오면서 살생이라니, 자꾸 그 단어만 맴돌았다.

그럼 스님은  파리, 모기도 안 잡고  땅 위의  개미도

잘 피해 다닌다는 것인가?

그럼 우리 과의 불교를 믿는 애들은  이 과제를 어찌 하나?  남이 잡은 거  몇 개 얻나.....

그럼 살생은 아닌가.,...   

그럼 우리 과는 살생과 인가?


나는 여기서 생명이 무엇인지를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 스님의  말씀처럼 움직이는 것 들만이 생명인가?


생물학에서의  생명에 대한  논의는 고대  아리스토텔레스 때부터 있어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기론"을 주장하였는데 ,

그 내용은 모든 생물체는 생기, 질량, 형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생기가  빠져나가면  생물이 무생물로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기가  무엇인 지를  밝히지 못해  그냥 머물러 있다.

현대는 생명을 기계처럼 보아  기계부품  갈듯이  

심장을  이식하고,  간도, 신장도  이식한다.  이것도 만족한 대답은  아니었다. 그래서 취한 것이 생명체가 나타내는 특징들을 접근해 가면  생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접근법을 쓰고 있다.


그런 생물체 특징에 따르면  생물학에서 생명으로 보는 것은    동물, 식물, 균류(곰팡이, 버섯), 원생생물(미역, 김, 다시마, 아메바, 짚신벌레,.),  그리고 박테리아이다.

박테리아도 단세포 생명체이다.

버섯도  생명체이고, 미역도, 연근도 다 생명체인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다 생명체인 것이다.

신경이 있어 움직이는 것 만이 생명체인 것은

아니다.


그리스 해안가에서 해면(수세미)을 파는  아저씨가 "바다에서 따온 식물 수세미여요" 라며 파는 것을  보았다. 해면은 분류학자들이  하등 한 동물로 분류한 것이다.  식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세미에 신경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해면뿐만 아니라 내가 결혼하던 시절 보석으로 받았던 산호 역시 같은 부류에 속하는 돔물인 것이다.

우린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같은 현상을 보아도  자신의 신념, 자신의 지식, 자신의 종교 등에 따라 판단을 달리한다.

가장 기본 잣대는 법이지만 법에 위배되지 않으면 개인이 알아서 판단하고 비판한다.

비판 전에  마음의  틈을 조금 마련하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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