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 소담 III
우리 아들이 군대 가기 싫어 걸리고 싶었던 병, 기흉
고 2인 아들이 하루는 좀 늦게 집에 왔다.
친구가 병원에 입원해 들렸다오느라고 좀 늦었다 했다. 그러면서 입원한 친구를 부러워하기 시작을 했다. " 엄마~ 개는 군대 안 가도 된데 ~"
어찌 그러냐고 물었더니 " 기흉에 걸렸다는데 면제 조건이래. 나도 걸렸으면 좋겠어, 군대 안 가게. 멀쩡해 보이더라고....."
이 나라에 남자로 태어났다는 것이 짐스러웠던 것 같았다.
사실 이 나라 엄마 중에 딸만 둔 엄마들은 모르는 것이 있다. 아들을 군대 보내는 엄마들의 아픔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아들이 입대하던 날 훈련소 운동장에서 뒤를 돌아보며 " 엄마~ " 하던 그때 그 표정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오빠들이 군대에 가서 힘들어했던 엄마 마음을 내 아들을 군에 보내고 가슴으로 이해했다면 내가 미련해서인가? 그만큼 가슴으로 안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우리 아들이 부러워했던 기흉은 우리에겐 낯선 단어이다. 기흉은 주로 사춘기 남학생들이 잘 걸린다.
몸이 갑자기 성장해서 가슴이 커지는데 폐는 미처 크기를 따라가지 못해 폐의 일부가 터지는 질병으로 폐의 공기가 새어나가 폐주변 흉곽으로 가면 흉곽의 압력이 평소보다 높아져 폐를 누르게 된다. 그럼 폐가 오그라들어 숨을 못 쉬고 주변에 돕는 사람이 없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병이다.
우리 아들에겐 고비를 넘기고 당장은 멀쩡해 보인 친구가 부러웠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말을 하는 아들이 안쓰러웠다. 얼마나 가기 싫으면.....
기흉이 생기는 또 다른 원인은 외상이다.
가슴을 누가 칼로 찔렀다던지, 사고가 나서 가슴에 큰 유리파편이 박혔다던지 할 때 이것을 뽑으면 안 된다.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그대로 두어야지 뽑으면 밖에서 흉곽 안으로 공기가 들어가 또 폐를 눌러 숨을 못 쉬게 된다. 이런 사고는 주변에 흔하다. 누가 칼로 찌르면 뽑지 말아 달라 사정을 해야 병원까지 갈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또는 흉곽 안에 피가 많이 고여도 숨을 못 쉬게 된다. 피가 폐를 누르기 때문이다. 이럴 땐 무엇으로라도 찔러 피를 뽑아주어야 환자가 산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의시가 아니면 보통사람은 실행하기가 꺼려지는 일이다.
이런 질병을 알고 나선 사극 중 전쟁장면을 볼 때마다 눈여겨보는 습관이 생겼다. 가슴에 활을 맞았는데 뽑고 싸우는지, 부러트리고 싸우는지.....
제대로 연출이 되었는지 보게 된다.
나는 한동안 의전원 준비생을 가르쳤다.
10년간 의대를 수능으로 뽑지 않고 대학 4년을 나온 학생 중에서 뽑았다. 의전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기흉을 설명하고 군면제 조건이라 했더니 쉬는 시간에 한 학생이 따라 나왔다.
자기가 기흉이었는데 공익 갔다 왔다고.....
그런데 요즘 무리하니까 가슴에 통증이 온다 했다.
빨리 검사해 보라고 병원에 보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해도 군에 가나?
법이 바뀌었나, 아님 정도에 따라 다른가?
생각이 많아졌다.
아직까지 질병 여부가 아니라 뉘 집 자식이냐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면 절대 안 되는 일인데.....
그럼 우린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