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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나 Dec 02. 2024

아파트 아파트

내가 아파트에 사는 이유

아파트~ 아파트~ Uh, uh huh uh huh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선보인 환상의 콜라보 APT 가사의 일부이다.

요즘 이 노래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같이 흥얼거리게 된다.

얼마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 내가 아파트에 살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투덜거리다가 아파트에 살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선 아이 학교와 학원이 가깝고 아파트 단지 내에 편의 시설도 있고, 보안도 강화되어 있으며 교통 접근성도 좋다. 편리함과 안정성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선택한 아파트는 아이와 함께하는 우리 가족에게 현실적으로 최선의 공간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같은 이유로 아파트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점이 많은 아파트이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다. 이웃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프라이버시가 부족할 수 있고,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주차 공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공동으로 살아가는 주거형태이다 보니, 규칙이나 제한사항은 잘 지키며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옛날 초록색 대문 집


가끔 어린 시절 살았던 우리 집이 생각난다. 산으로 둘러싸인 주택가에서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냈는데, 친구들이랑 집 마당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학교 갈 때면 친구가 집 앞에서 "학교 가자!"를 외치기도 했던 그때의 기억. 대문을 열고 나가면 항상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어서 심심할 틈이 없었다. 마당에서 키우던 병아리가 닭이 되어서 알을 낳아서 기뻤던 일, 동생이 근처 산에 올라갔다가 강아지 새끼를 발견해서 불쌍하다며 박스에 담아와서 키우게 되었던 일도 기억이 난다. 모두가 귀하고 소중한 추억들이다.

문득 그 시절 초록색 대문집이 떠올라서 네이버지도를 검색해 보았다. 지금은 그 자리에 아파트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친절하게 연도별 사진을 제공하는 네이버 지도 서비스 덕분에 다행히 그때 그 시절 대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처음 그 사진을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잠시나마 예전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타운하우스

요즘 어떤 사람들은 아파트가 아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파트에 비해 넓은 공간을 가족에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정원을 가꾸며 자연과 더 가깝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독 주택은 정기적인 유지 보수와 수리를 직접 해야 하고, 보안에 취약한 문제점이 있긴 하다. 그래서 이런 단점들을 보완한 타운하우스가 등장하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며 살고 있다.


몇 년 전 우리도 타운하우스로 이사를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집을 알아보면 볼수록  아파트만큼 아이와 생활하기에 편리한 곳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들은 학교, 학원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아이가 오갈 때 안정성도 고려를 해야 했다.

그래도 다른 많은 장점들이 있으니, 단점들은 감수하면서 살면 가능하겠지만 우리는 지금 현실에 맞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



현실에 맞춰 아파트를 선택하긴 했지만, 단독 주택에 대한 아쉬움이 늘 마음 한편에 남아있다.

지금도 주말이 되면, 살고 싶은 동네의 주택가를 돌아보곤 한다. 예쁜 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집, 하얀 펜스로 둘러싸인 정원,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나는 작은 화단, 아침이면 새소리가 알람처럼 들리고, 저녁이면 마당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삶. 가끔 가족과 함께 바비큐도 즐기고, 여름밤에는 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겠다. 참! 흔들 그네도 하나 가져다 놓아야지. 눈을 감고 상상 속에서 나만의 주택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이가 독립할 즈음, 예쁜 주택에서 살아가는 미래를 떠올려 본다. 작은 창문 너무로 보이는 콘크리트 대신, 커다란 거실 창 너머로 마당의 초록 잔디가 보이고, 주방 옆 테라스에서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는 그런 풍경을 꿈꾼다.

그때는 집이 단순히 머무르는 곳이 아닌, 삶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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