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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보물섬 같았던 형제선물센터

by 한빛나

막내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우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다녀왔다.
결혼할 여자친구와 함께, 차로 세 시간을 달려 그곳에 도착했다고 했다.


잠시 후, 가족 단톡방에 사진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누나, 우리 살던 동네 기억 나?”


그 중 눈에 띈 건물 하나.
“형제선물센터 지금 모습이야! 많이 변했지?”


사진 속 건물은 형태만 남아 있었고, 완전히 다른 건물로 바뀌어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있어주길 바랐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사진을 보는 순간,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곳에서 살다가 교육을 이유로 도시로 이사한 지 얼마 후, 아빠가 돌아가셨다.
형제선물센터는 아빠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었다.
아마 우리 삼형제가 그 가게를 떠올리면 모두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아침이면 가게 문을 열고 “친구야~ 학교 가자!” 하고 불러주던 친구 은영이,
엄마가 부엌에서 설거지하실 때마다 손님이 올까 봐 귀를 쫑긋 세우던 나,
가게 진열대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 걸리면 제일 먼저 달라고 조르던 어린 나,
겨울이면 뜨개실 감는 기계가 돌아가던 소리,
그리고 코팅기계에서 나온 따끈한 브로마이드 사진을 만지다 “앗, 뜨거!” 외치던 순간들.


그 모든 기억이 나에게는 세상의 모든 선물이 모여 있던 시간이었다.
없는 게 없던 그곳, 보물섬 같았던 우리 집 가게 — 형제선물센터.


얼마 전 친정집에서 앨범을 뒤지다 그 시절 가게 사진 한 장을 찾았다.
사진 속 풍경은 기억 속 모습과 조금 달랐지만, 그래서 더 신기하고 반가웠다.


글을 마무리하며 문득,
늘 다정하던 아빠생각이 많이 났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셨지만, 성실히 일하시며 직접 마련하신 그 건물.
그곳에는 엄마,아빠의 시간과 땀, 그리고 가족의 하루가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본다.
그곳을 떠나던 날, 엄마,아빠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기대와 아쉬움, 그리고 우리를 향한 믿음이 함께 있었겠지…


그때 그 시절 형제선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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