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봉사점수를 채운답시고 찾은 헌혈의 집은 나에게 안정과 평화를 주는 숨을 수 있는 탈출구 같은 장소였다. 생각해 보면 혈청을 분리하고 혈액을 채취하는 기계에서 나는 소리가 쌓이는 스트레스를 소개해줬던 것 같다. 당시 주기를 피해 꽤나 많은 헌혈을 했고, 당시 감사품으로 준 영화관람권으로 문화생활을 몰래 종종 하곤 했다.
10년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누군가의 부모님이 아파서 수술을 하는데, 혈액이 부족하다며 온 연락이 왔다. 몇 장의 헌혈증을 찾아 수혈받는데 도움을 준 적이 있다. 이후 나는 남은 헌혈증을 찾아 방 조명 스위치옆에 누구든 볼 수 있게 두었다. 부족한 피로 생을 마감하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올해는 연말을 맞아 오랜만에 헌혈을 해볼까 한다. 떠돌았던 수많은 루머 - 골다공증도, 에이즈, 노화 등- 그 무엇도 진실이 아니라고 하니 언제나 항상성을 자랑하는 대단한 시스템을 가진 나는 20년 만에 헌혈의 집으로 향해본다. 누군가의 삶의 경험과 시간을 늘려줄 수 있는 기회니까.
역시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쓸모없는 시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