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넣어보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이제는 어쩌면 웬만한 사람들이면 뜻을 몰라도 들어봤을 용어다. 위험이 클수록 수익도 크다는 의미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코인도, 주식도, 부동산도 엄청난 리스크를 가지고 있기에 이 외에 다양한 방법과 방식으로 쪼개어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오래전 필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넣지 마라. "Don't put all your eggs in one basket" 이 격언은 저축과 투자를 통한 자산 배분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를 설명한다.
요즘은 이 개념을 인맥, 인간관계 영역에서도 설명하기도 하더라. 어떤 준거집단이든, 무슨 그룹이든 와해될 수 있으니 여기저기 발을 담그라는 것인가. 나에겐 지금이 어려운 시절이다. 이것은 비약이겠으나, 그렇게 믿고 싶으나, 사람을 두고 하는 분산투자적 관계가 사람들의 정신을 망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어장을 만들고, 서로의 물고기로 살아가는 것이 과연 행복한 걸까. 모두의 가치와 방향성은 다르다지만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아무렇지 않은 듯 여겨야 쿨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는 은근한 기준이 우리를 짓누른 게 아닐까. 누군가를 책임지고 의연하게 상황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지난주 브런치에 심란한 가운데 하루를 보내는 나 자신을 닦아내며 신나는 어떤 하루를 기획했다. 귀빠진 날을 맞이하여 가까운 근교 여행을 다녀왔다. 눈과 코 귀와 혀가 행복해지는 시간을 보내며 놀멍쉬멍 하루를 마감했다. 중간에 어머니가 넘어지는 사건이 있었서 부리나케 돌아왔지만 물리적으로 허리나 엉덩이가 아픈 것 외에 문제가 없어 보였고, 다음날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배가 은근히 고파서 주문한 배달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어머니를 보았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어떤 맛도 느껴지지 않았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119를 부른 이후 의식이 없는 난생처음 보는 모습을 보니 이성은 온데간데없었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 하루 꼬박 응급실에서 하루를 보냈다.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을 모두 겪으며 사랑이 뭔지 확실해졌다. 환자의 정신이 혼미해도 보호자의 정신줄은 온전해야 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아지는, 뭉게구름처럼 걱정이 솟아나고 책망하게 되는 곳이 바로 병원 응급의료센터였다.
수많은 검사가 진행될 때마다 근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들거나 옮길 때 함께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리가 부러져 회복된 지 얼마 안돼 약해진 스스로의 체력을 마주하며 누군가를 지키려면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새벽이 지나 아침이 되어서 진행한 검사들의 결과가 나왔고 이상유무와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듣고 나서야 한시름 놓았다. 조금씩 어머니의 정신이 돌아오니 나의 정줄도 더 쉽게 잡게 되었다. 이어 여러 외래가 잡히긴 했지만 종종걸음으로 이동하여 집에 도착했을 때 엄청난 안도감이 나를 맞이했다.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하루였다. 나의 귀를 세상 밖으로 꺼내준 사람의 보호자로 응급실에서 보낸 하루는 유난히도 길었고, 누군가 아플 때 옆에 있어준다는 것은 엄청난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절로 두 손이 모아지고 기도를 하게 되는 그건 진짜 사랑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담고 또 담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나누고 포장하는 게 아닌 마치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고 또 담아 두 손 가득 전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절 아닐까. 사랑한다는 건 사랑하는 만큼 아픈 일을 감수하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랑에 있어서는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넣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