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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제대로 하고 있나

by 쿤스트캄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발견한다.

무엇인가 싫어하고 미워하는 나 자신을 바라본다.


모두가 경계선을 더 높이 더 두껍게 겹겹이 쌓는다.

시간이 더 지나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까 두렵다.

눈이 같은 방향을 향해도 서로 알아보지 못할까 무섭다.


구분짓기에 관한 역사는 사실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원래는 본질적 특성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식물과 동물을 분류하고 체계적으로 탐구하려는 호기심이었다.

사회가 태어나고 정치 구조가 생기면서 통제하려는 욕심이었다.

학문이 생겨나고 정보를 구조화하고 패턴을 찾기 위한 도구였다.


스스로를 보호하고 윤리기준을 세우는 데 있어 혐오는 필요한 감정이다.

하지만 잘못된 것이라고 자신의 아이, 부모, 친구에게조차 말하지 못하는 지금

구분짓기로 서로를 몸서리치게 싫어하고 미워하는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 성별, 문화, 소비 습관, 취향 모든 것을 세그먼트식으로 구분짓지만

동시에, 자기 정체성에 대한 심취와 강화, 돼지털 환경으로 인한 대면 회피로

제대로 된 혐오를 하는 법을 잃어버리고, 이유 없이 혐오하는 법만 커져간다.


과연 제대로 된 혐오를 하는 법을 우리가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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