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캐빈클럽 디자이너 김후추의 디자인 회고
주변에 개발자, UI/UX 디자이너가 하여튼 모든 것은 온라인에서 이야기하는 세상이었다.
지금은? 함께 모여서 온갖 작은 걸 사랑하고 뽀시락 대며 손으로 직접 만드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 관심사가 바뀌니 내 세상도 바뀌다니.
사람도 알고리즘 같은 건가?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정말 그렇다.
23년의 나는 어플을 만들고 있었는데
(디자이너로 UI/UX 공부에 재미를 붙여갈 무렵이었다)
모종(?)의 이유로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무려 ‘회고’ 커뮤니티!
사실 나는 회고라는 단어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고 모든 걸 다 끝낸 후에
그땐 그랬지.. 되뇌는 것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의 회고는 달랐다.
따지고 보면 ‘다시 해보자!’인 셈이다.
다시 하려면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풀고 가야 하기 때문에, 결국 되짚고 ‘회고’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회고는 초면이었지만
그렇게 나는 하루아침,
커뮤니티 브랜드 디자이너로 변신하게 됐다.
온라인 세상을 더 알아가고 싶던 나는
오프라인 속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티를 시작하게 됐다.
이제 뭘 해야 할까?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무렵
잊고 있던 ‘책’ 얘기가 나왔다.
아이디어 과정에서 심심찮게
‘책을 만들자’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팀 내 유일한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심지어 아주 작은.. 초보.. 주니어.. )
흥미가 생기는 동시에 마음의 짐이 생기는 이야기였다.
늘 아이디어 단계에서 나온 것들은 새롭기 때문에
와 좋다! 재밌겠다! 싶지만
자, 이제 진짜로 만들어볼까? 는
순간 머릿속에 스쳐가는 것들만 떠올려도
(표지 디자인, 내지 레이아웃, 배치할 이미지, 인쇄 구상과 과정 등....)
등에 흐르는 땀줄기가 느껴질 정도로 긴장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프라인 작업물은 한번 선택하면 수정할 수 없다...
아무튼 몇 주 전까지
앱 기획을 던져주시던 기획자님이
이번에도 뚝딱 만들어 던져주신 기획 덕분에
'정말 하나요?' 같은 상태로 시작하게 되었다.
기획 내용은 바로 '회고를 쉽게 하는' 책.
질문지에 대답만 해도 쉽게 회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트였다.
내가 회고를 어렵게 생각했던 것만큼
책 한 권에 쉬운 회고를 넣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기획은 정말 기가 막히게 빠르고 정확했지만 모두가 '쉬운 회고'를 공감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각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기획, 디자인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있었던 것.
저번에 말했듯, 나는 ‘정말 이걸 하나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에
설마 내가 진짜 <문구류>를 만들겠어? 같은 생각이었다.
처음에 내가 이해한 건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노트였지만,
기획의 의도는 다이어리,
그것도 회고를 목적으로 하는 다이어리였다.
사실 둘 다 비슷하지만,
사용 목적과 이용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누가 나한테 ‘요리해 줘.‘라고 해서
라면 정도를 기대하겠지? 하고
맛있는 라면 레시피를 찾아 끓여줬는데
알고 보니 파스타를 원했던 것이다.
여러 번의 헛발질을 수차례 하고 나서야 그걸 이해했고
이건 굉장히 오랫동안... 나를 기획 독심술사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 (모든 디자이너의 숙명인 것인 걸까? )
그도 그럴게, 서로의 이해를 도와주는 레퍼런스가 없었다.
세상에 참고할 만한 '회고 노트'가 없었다는 뜻이다.
노트였던 줄 알고
눈높이 학습지 정도로 작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럽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해본 적 없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어디까지 해야 하나 이전에,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다.
망했다. 다시 작업해야 된다.
아니, 콘셉트와 내 마음가짐을 다시 잡아야 한다.
그냥 조금 더 멋진 다이어리를 만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결코 회고노트라는 것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오프라인 제작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적은 탓에
머릿속에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아예 감이 오지 않았다.
자. 이제 여기서부터는 다이어리 제작기가 아닌
초보디자이너의 문구 탐험기가 시작된다.
나를 성장시키는 모든 툴을 만듭니다. 리틀캐빈클럽
누구나 쉽게 회고하며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회고다이어리, 리틀캐빈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