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풀꽃노트 08화

[풀꽃노트] 까마중 이라네!!!

난 여태껏 머루로 알았지 뭐야~ㅎㅎ

by 일야 OneGolf

언젠가부터 이 풀을 ‘까마중’이라 불렀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내 기억에 어릴 적엔 ‘머루’라 했다. 어린 시절 '머루'라고도 불렀던 기억은 아마도 그 까맣게 익은 열매의 모습 때문이리라. 실제로는 머루(포도과)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지만, 아이들의 언어 속에선 그저 ‘까맣고 맛있는 것’은 전부 머루였을테다.
논두렁 밭두렁 어디서든 흔하게 피어 있는 풀이었고 길가에도 밭둑에도 아무렇게나 무리지어 서 있던 그 풀에서 까맣게 익은 열매를 한 움큼 따 한 손에 담아 한입에 털어 넣던 기억이 선명하다.

“톡.. 토도독~”
입안에서 작게 터지며 번지는 가득 채우던 달지도 시지도 않던 그 맛이 기억날 듯 말 듯...
그 맛을 떠올리려 몇 개를 따 입에 넣어봤지만 옛맛인 듯 아닌 듯 알송... 옆에서 서울서만 나고 자란 아내는 씻지도 않고 입에 넣는다고 타박부터 한 바가지다^^;;;
어쩌면 맛은 그대로인데 내 혀가 너무 많은 맛을 알아버렸는지도 모르지.


요즘은 ‘재료 본연의 맛’이란 말을 자주 접한다.
소금도 설탕도 덜어내고 매운맛도 누그러뜨리며
있는 그대로의 맛에 귀 기울이려 하던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능하면 밀가루와 고춧가루 섭취를 하지 않으려는 내 입장에선 좋은 변화의 방향으로 보인다.
까마중 열매의 맛은 어쩌면 그 ‘있는 그대로’라는 표현의 원형에 부합하려는 지도 모르겠다.
무심하고 수수하고 별맛 없는 듯하면서도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 맛이 다시 떠오르는...

가지과에 속한 까마중,
학명은 Solanum nigrum.
이름도 참 꺼멓다.
강태·깜두라지·까마종이·용규(龍葵)라고도 한단다.
높이는 20∼90㎝로 옆으로 많이 퍼지며 잎은 어긋나서 길이 6∼10㎝, 너비 4∼6㎝로 가장자리에 밋밋하거나 파도모양의 톱니가 있다.
꽃은 5∼7월에 백색으로 피며, 과실은 구형이며 검게 익는다. 까마중은 우리나라 각지의 밭이나 길가에 흔히 자라는 열대 및 온대에 널리 분포하는 식물이란다.
어린잎을 삶아서 우려내어 독성을 제거해서 나물로 섭취하기도 하고, 알칼로이드인 솔라닌을 함유하고 있어 한방에서 해열·이뇨·피로회복제로 약용하기도 한다.

나고 자람에 자리를 가리지 않고 생명을 익혀 열매를 매닮에 늘 열심인 저 까만 색감이 문득 오늘날 금수저니 흙수저니 나무수저니 하면서 태생부터 불만들인 인간의 생을 되뇌게 한다.
너무 많은 것을 갈망하느라 정작 나를 키우는 뿌리를 잊고 살아내지는 않는가.

여름의 작열하는 뜨거움을 이기고 익어가는 까마중 한 알에는 내 어릴 적 여름이 그리고 지금의 내가 같이 들어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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