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내가 지금 딸에게 해주는 이 모든 것을 나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구나.
10살 딸의 축구게임이 끝나고 운전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연말에 나는 요리교실도 다니고 싶고, 레고도 선물로 받고 싶어.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더 많이 칠 거야.”
딸의 희망들에 웃음이 나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던 중, 문득 내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
'내가 지금 딸에게 해주는 이 모든 것을 나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구나.'
혼잣말을 하며,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 냉장고를 열면 오래된 새우젓 하나만 덩그러니 있던 집. 한 번은 도시락 반찬으로 새우젓을 싸 갔다가 냄새난다고 친구들 사이에서 소란이 난 이후로는 도시락조차 포기했던 기억. 점심시간이면 바로 나가 수돗물로 허기를 달래며 운동장 구석에서 조용히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던 나.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말할 사람도 없었고, 할 여건도 없던 시절이었다. 6살에 돌아가신 아버지, 8살에 투석 치료를 받던 큰언니를 돌보며 나의 어린 시절은 연말을 축하하거나 선물을 받아보는 일이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지금, 딸을 보며 그런 모든 것을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꿈 많고 활발한 딸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너 같은 엄마 아빠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비록 나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지나갔지만, 내 딸을 통해 그 꿈을 이뤘다.
“그래, 엄마가 해줄게, 우리 딸. 요리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마음껏 치렴.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펼쳐봐."
맑고 밝게 자라다오. 사랑한다, 내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