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만들어졌다

다시, 또 다른 시작

by 쓸쓸

드디어 책이 나왔다. 인쇄를 맡긴 지 며칠 만에 나오다니. 역시, 나만 부지런하면 되는 건가. 빠르다 빨라, 한국 사회.


짝꿍과 같이 파주에 있는 인쇄소로 갔다. 초판본을 언제 다 서점에 입고시킬까, 하는 걱정이 쏙 들어갈 정도로, 인쇄된 책들은 무거웠다. 당장에는 책들이 상하지 않게 옮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책을 덮어 비에 젖지 아노게 하고, 지게차 포크처럼 박스 아래쪽을 양팔로 받쳐 들고 주차장으로 열심히 걸어갔다. 영차영차.


차에 책을 싣고 짧은 드라이브를 하며 짝꿍과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 살고 싶다, 근데 북한이랑 정말 가깝다 등등. 대화도 하고 휴게소에서 맛있는 것도 사 먹으며 집으로 향했다. 비가 내렸지만 무사히 귀가할 수 있어 장말 다행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짝꿍은 누워서 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미 두 번의 샘플책을 본 짝꿍은 냉정하게 평가를 해줬기에 나는 미리 말했다. 이제 고칠 수 없으니 안 좋은 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그 말 때문인지 짝꿍은 계속 칭찬을 했고 친구에게도 주고 싶다는 말도 해주었다. 첫 번째 독자님, 내 짝꿍. 고맙습니다.


이제 단순 작업의 시간이 왔다. 우리는 책 한 권 한 권을 비닐로 포장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짝꿍과 나는 번갈아가며 쉬면서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작업을 했고 포장을 마쳤다. 1+1인 출판사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짝꿍에게 급여는 못주지만 밥은 사주었다. 짝꿍님. 한 번 더 감사합니다. 다음 책은 기계 공정이 가능한지 알아봐야겠다.

두근두근. 독립 출판을 해보겠다고 도전하여 1인 출판을 했다. 내가 해냈다. 한 단계를 지나면 또 다음 단계가 보인다. 끝이 없다. 이제는 입고 문의를 할 때. 사실 미리 했어야 하지만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시작하지 못했다. 첫 책을 주문하며 구상했던 다음 책. 그 책도 만들어 보자.


책에 대한 정보는 하나씩 공개할 예정이다. 아무래도 부끄럽다. 수줍다. 책 속에 감사의 말을 적었는데, 고마운 분들께도 천천히 책을 선물해 드려야지.


이제 <과연, 내가 책을 만들 수 있을까>의 연재는 끝이다. 연재는 끝나도 출판사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포장한 책 뒤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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