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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꿈쟁이 Dec 07. 2024

마음 챙김을 나누는 이웃

오래된 동네 이웃 친구와의 추억

아이들이 어릴 때 15평 아파트에서 동네 이웃으로 지냈던 26년 지기 이웃이자 친구 같은 지인을 만나고 

왔습니다. 부엌 칸이 전부였던 엘리베이터 없는 저층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던 우리 아이들과 

연령대가 고만고만한 친구 같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저와 나이대가 비슷한 젊은 엄마들이 살고 있었고, 바쁜 엄마는 아이들만 놀이터에 두고 급한 집안일을 하고

내려와도 동네 엄마들이 품앗이처럼 함께 아이들을 돌봐 주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유일하게 아이 둘을 낳고 지냈던 육아의 힘든 시절을 함께 했던 이웃이었습니다.




사전에서  이웃이란 단어를 찾아보았습니다.

이웃은 나란히 또는 가까이 있어서 경계가 서로 붙어 있음. 가까이 사는 집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사전적인 의미의 가까이 사는 사람들에서 이웃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아파트 놀이터는 우리 아이들의 그네와 미끄럼틀이 열심히 움직이는 모래성이 쌓이는 곳이기도 했지만

젊은 엄마들이 모여서 함께 육아의 고민과 남편 흉을 보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수다의 방과 같은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오늘은 김밥 재료 준비했으니 우리 집에서 애들 같이 저녁 먹자"라는 어떤 엄마의 말이 떨어지면 아이들은

"야~호"를 외치며 모래 묻은 발을 씻지도 못한 채 그 집으로 우르르 몰려가서 옹기종기 앉아 김밥을 먹었었더랬지요. 

"오늘은 우리 집이야. 하이라이스 만들었어"

주먹밥, 김치볶음밥, 칼국수, 라면, 호떡, 정말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각자 돌아가면서 자기 집에 불러 

함께 밥을 먹이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둘째가 22개월 되던 해 저는 남편이 다니는 회사가 IMF로 어려워져서 아이들을 놀이방에 맡기고 취업을 

했습니다. 동네 엄마들과의 놀이터에서의 즐거운 만남도 그때부터는 함께 할 수 없어졌지요.


퇴근이 늦었던지라 놀이방이 끝난 후 다시 아이들 맡길 곳이 없던 저는 같이 함께 지냈던 언니라 부르던

엄마께 늦은 저녁 돌봄을 부탁드렸고, 우리 아이들은 이 집 저 집 다니며 한동안 동네 엄마들의 사랑으로

키워졌습니다. 오늘 만나고 온 이웃이 그렇게 친하게 지냈던 이웃들 중 한 명입니다.


그 집 둘째가 우리 큰 아이와 같은 나이라 더 친하게 지내게도 되었지만 워낙 성품이 다정하셔서 내 아이들을

맡겨도 정말 본인의 자식처럼 잘 챙겨주시는 분이었습니다.




원이네가 새 아파트로 당첨이 되어 먼저 이사를 가게 되었지만 우리는 계속 주기적으로 만나고 가족끼리도 

함께 여행도 하다 보니 아직까지 만나는 인연이 되어 왔습니다.

원이가 재작년 결혼을 하였었는데 오늘 만나니 내년 2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벌써 할머니가 되는 현주 씨는 얼굴이 발그레합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어 딸의 아이를 봐주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제 짝을 찾아 새로운 가정을 꾸며야 할 나이가 되다 보니 우리의 이야기 주제도 항상 아이들의 이야기가 반찬이 됩니다. 어린 시절 유치원을 함께 다녔던 덕분일까요?

아이들과 우리는 각자의 일정이 맞지 않아 자주 만나지 못하여도 어제 만난 것처럼 반갑고 편안한 사이의

이웃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다 큰 녀석들의 얼굴에서 어릴 적 놀이터에서 코 흘리던 녀석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귀여운 녀석이라 말하기엔 너무 커버렸지요. 자주 만나는 이웃이 사촌보다 낫다는 우리네 속담처럼 아이들이 어릴 적 함께 했던 이웃

들이 먼 친척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아파트에 가까이 살지 않아도 함께 마음을 나누는 오래된 이웃입니다.

호호 할머니가 되어도 함께 만나며 수다를 함께할 오래된 동네 친구가 있어 고맙고 감사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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