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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부파파 Oct 23. 2024

유치원 후기을 나누고 와서

얼마 전 블로그에 아이들이 다녔었고,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 관한 글을 게시한 적이 있다.


올해 시간적 여유가 많아 학부모 그림책 공부 모임이나 일일 숲 선생님, 이야기숲으로 불리는 유치원 숲 꾸미는 일에 동참하는 등 유치원에 가는 일이 잦아지고 유치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어 언젠가는 한 번 유치원을 소개하는 글을 꼭 써야겠다 생각해 왔다. 생각만 해왔었다.


지난번 그림책 공부 모임에서 유치원에서 입시 관련 많은 어려움을 갖고 계시고 여러모로 고민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림책 모임 내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어드리고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도 잠시 나누었다. 다들 유치원에 대해 애틋한 애정이 있고, 이 좋은 유치원이 앞으로도 쭉 운영되길 바라는 아주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염려와 걱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오래전부터 블로그에 저장만 되었던 글다시금 편집창으로 불내었다. 한 동안 유치원에 대해 좋은 점들, 글의 구상, 어떻게 하면 잘 전달되지 고민들이 뒤섞여 복잡하게 나열만 되어 있던 글이었다.


어떻게 쓸까? 이렇게? 저렇게? 한참을 쓰고 자우기를 반복하며 고민하던 중 유치원에 궁금증 생긴 사람들이 찾아 읽을 것이란 생각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주는 형식으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오랜 기간의 고민과 망설임, 수만 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던 것들이 무색하게 술술 글을 써나갈 수 있었다. 글을 다 쓰고도 신기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물 흐르듯 써 내려갔던 것이다.


그렇게 게시한 블로그의 글은 누군가가 보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사흘이 지나고 갑자기 수십 명이 글을 읽어버렸다. 뭐지 하는 궁금증과 함께 전화가 걸려왔다. 유치원이다.

"아버님 글 잘 읽었어요." 말을 시으로 우연히 원장선생님께서 검색해 읽글을 마침 운영위원회가 개최되어 위원들끼리 공유해 읽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알아주리라 올린 글은 아니지만 막상 당사자인 원장선생님께서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시니 고맙기도 하고 왠지 르게 창피함도 느껴지기도 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내 일기장 같은 블로그의 글을 본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통화를 하던 중 마지막으로 어렵게 블로그의 글을 유치원 카페에 게시해 줄 수 없겠냐 조심스레 물어오신다. 애초에 유치원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므로 흔쾌히 올려드리겠다 이야기하고 바로 카페에 글을 게시했다.


아이 하원을 가게 되면 많은 선생님들이 나오셔서 올리신 글을 잘 읽었다 최고다 칭찬 일색이셔서 머쓱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했다. 작지만 내가 좋아하는 곳을 누군가에게 참됨을 소개한다는 것이 뿌듯했다.


어느 날 아이 하원하러 갔을 때, 원감 선생님이 나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아버님 혹시 입시설명회 때 유치원 아이들 보냈던 소감 같은 걸 이야기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물어오신다. 나는 어차피 유치원에 도움을 주기로 마음먹은 거 몸 닿는 데까지 돕기로 머릿속에서 빠른 결단이 내다.


집에 와서 어떤 얘기를 할까 또 고민이다. 글을 쓰는 것과 발표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글을 쓰는 것은 나 홀로 언제 어디서나 쓰고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발표하는 것은 다수 앞에서 그 순간 이야기하고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고를 작성해 보고 읽어보고, 수정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얘기해 보고 화장실에서도 연습을 해본다. 임용고시 때 모의수업 준비도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빈 노트에 계속 써가며 외우기도 하고 발표할 때 볼 대본을 수첩 요약해보기도 하며 열심히 준비를 했다. 전날 아내에게 이야기해보며 마지막으로 수정을 했다.


입시설명회 늦지 않 참석해 참석한 부모님들 뒤에 앉아 원장 선생님의 유치원 소개를 쭉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긴장이 많이 됩니다.' 라는 멘트를 중간에 준비했지만 그 멘트는 빼야 할 것 같다. 아쉽게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오시지는 않았다. 아마 평일 오전이라 그렇겠지... 그래도 계속되는 원장님의 원에 대해 설명에 나 역시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며 지금 내 앞에 오신 예비 학부모님들이 정말 운 좋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았다. 그와 동시에 조금 있을 나의 발표 때 나의 혼신을 다해 말씀을 나눠야지 다짐도 해봤다.


마지막에 부르시겠다던 이야기와는 다르게 중간에 나를 소개하며 부르셔 앞으로 나가 발표를 했다.


10년간 교직생활을 하며 처음에는 아침 조회시간이 지옥과도 같았다. 20명 넘는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있으면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왠지 모르게 창피하고 무안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한 시간이면 한 시간, 두 시간이면 두 시간 잔소리를 늘어놓을 수 있는 담임 중에 담임이 되어버렸다.


수다쟁이 담임이었던 나, 유치원에서 부모님들 앞에 나가 발표를 하는 데 입은 왜 이리 마르는지, 무릎은 왜 이리 후덜덜 떨리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여차저차 끝이 났지만 후련하기도 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했다.


수첩에 적었던 것들을 살펴보니 빼먹은 내용은 없는 듯 하니 다행이다. 나의 떨림까지 그대로 전달이 되었을까? 혹 떨림까지 전달되었다면 그 떨림이 나의 간절함으로 진실됨으로 다가갔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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