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학교 선생님들과 제주 자전거 종주를 할 때 알게 된 모슬포의 한 식당이 있다. 모슬포하면 우리나라 방어 1번지 아니겠는가.
재작년 가족 제주 여행 시 비싼 금액이지만 아내를 설득해 방어를 먹으러 왔었다. 이 금액이면 다른 것 배불리 먹을 수 있기에 아내는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방어를 먹어야겠냐, 너무 기름지고 많이 못 먹는다 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가게 안은 물론 가게 밖에도 사람들과 차량들로 엉켜있었다. 대기를 하고 가게로 들어갔다. 따듯한 온기와 사람들의 취기 어린 말소리가 오가고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은 우리뿐이었다.
그 당시 아이들은 회를 못 먹었기에 튀김과 지리, 고등어를 먹었다. 아내는 분위기에도 취하고 방어 맛에도 취해 한 병 더, 한 병 더를 외쳤고 방어 맛은 일품이었고 그만 먹을까 하면 따듯한 지리 덕분에 소주잔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방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내의 취기도 오를 데로 올라 소주를 두 병이나 마셔버렸다.
식당에서 나온 우리 가족은 내일 아침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마트에 왔고 아내와 아이들은 차에 기다리고 나만 다녀오기로 했다. 장을 다 보고 나오는데 주차장 어딘가에서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쿵짝 쿵짝 쿵짝'
누가 음악을 이렇게 크게 틀어놨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런데 그 음악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우리 차였다. 아내는 흥을 주체 못 하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 엄마가 왜 그러나 하는 표정으로 엄마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모슬포 항구식당은 우리 가족이 방어하면 생각나는 식당이, 제주도 하면 생각나는 식당이, 겨울 하면 생각나는 식당이 되었다. 가끔 방어를 포장해 와 집에서 먹어봐도 그때의 강력했던 추억 때문일까 그 맛을 다시 느끼기가 어렵다.
그런 식당에 어제 아이들과 다녀왔다. 요즘 회 맛을 알아버린 아이들이다. 연어 사달라. 밀치 사달라. 이젠 제법 회를 많이 먹는다.
초밥용 밥을 두 번이나 리필하여 아이들은 방어를 즐겼다. 애초에 남으면 포장해 가야지 생각했던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먹었고 순간 '아, 내가 조금 밖에 못 먹겠는데...' 걱정이 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