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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망자 Oct 06. 2024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고

나의 존재가 누군가의 존재와 완전히 별개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









마션의 작가로도 유명한 앤디 위어의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었다. 서칭하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읽게 된 책인데 미국의 SF 소설들이 그렇듯 굉장한 과학 지식으로 가득 차 있는데, 동시에 유머러스함도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간단한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어느날 세계를 뒤흔들 생물인 '아스트로파지'가 나타난다. 이 녀석이 주목을 받았던 건, 아주 작은 양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인데, 몇 그램만으로도 우주선을 움직일 만큼 큰 에너지원으로 인식되어 '신의 선물'로 각광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녀석은 태양열을 순식간에 빨아먹을 수 있었다. 그 말은 태양의 에너지를 없애 지구를 빙하기로 이끌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물질의 번식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몇십 년 안에 지구의 생명체는 멸종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

아스트로파지에 의한 지구 생명체의 멸종이 확실시 되자, 국경을 넘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이 위기를 타개하고자 한다. 이러한 초국가 집단의 수장인 '스트라트'는 한 명의 평범한 과학교사, '그레이스' 박사를 주목하게 된다.

미국의 평범한 과학교사인 '그레이스'는 젊은 시절,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물'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논문을 발표했다가 학계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이에 실망하여 전도유망한 과학계의 진출을 포기하고 초중등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스트라트는 아스트로파지라는 생명체가 지구의 생명체와 다르다는 점에 기인하여, 이 생명체를 멸종시킬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타고가다보니 그레이스의 논문을 확인하게 되고 그를 팀에 합류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빛 에너지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생명체의 공통적인 조건일 터인데 지구와 가까운 주계열성인 '타우세티'는 그 빛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인류는 이 곳으로 탐사선을 보내 그 비밀을 확인한 뒤, 지구에 적용하여 인류의 멸종을 막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것이 바로 '프로젝트 헤일메리.' 인류의 멸종을 막는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진 '프로젝트 헤일메리'. 이 프로젝트의 탐사요원으로 낙첨된 평범한 과학교사 그레이스는 타우세티 등지에서 우연찮게 지구와 비슷한 위기를 갖고서 탐사를 떠난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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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외계인 '로키'와 그레이스 사이의 관계로 감동을 많이 받았겠지만 나는 특히 더 그랬던 게 요즘 관계에 대해 너무 많이 고민하는 중이기 때문.



예전에 내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고 적었던 코멘트를 다시 읽었는데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줄거리도 잘 기억 안 나고.

그런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나의 존재가 누군가의 존재와 완전히 별개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챙길 수 있으니까. 그레이스가 로키를 구하지 않았다면? 어차피 외계인이고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된 '연'인데, 죽음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레이스에게는 그를 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 이유를 찾기보다는 그저 구해야하기 때문에 구했다는 것이 사실은 설명의 다다. 이성의 오류는 인간 행동의 범위를 정말 끔찍하리만큼 조악하고 협소하게 줄여버린다. 많은 가능성을 축소하고 계산 범위 안에서만 행동하도록 AI화 해버린다. 이성의 반대편을 믿자. 효율의 반대편을 믿자.

그러니까 나는 아직까지도 저 이성에 갇혀 있는 거다. 이 사실을 알아도 계속해서 발목 잡히듯 계산하는 버릇을 버리긴 힘들겠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기 싫어서 독립된 존재와 사건으로서만 관계하고 싶다는 그 어떤 얄팍한 생각에 사로잡혀 상대방에게 다가가지도, 포용하지도 못하는 내 모습을 매번 발견할 때마다 다시금 다르게 생각하려는 근육이 더 두꺼워지겠지-하고 자위한다.

이번 여행을 다녀오면서 나는 한 가지 반성을 했는데 '눈치'였다. 내가 다른 친구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점도 있지만 친구들로 하여금 내 눈치를 보게 한 것 같기도 했다.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그랬다고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감'이라는 게 있지 않나 싶어서. 상대방이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큼 내 스스로가 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받으면 어떡하나-싶은 생각으로 행동하지 못했던 지난 5일, 지난 3일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덮었다. 우울하거나 피곤한 건 아니고 여전히 한국에 돌아오면서 느낀 의욕은 충만하다. 더 많이 일본어 공부를 해야지, 더 많은 능력을 갖춰야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하는 것들.. 다만 그냥 부끄러운 마음을 남겨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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