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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범택시' 드라마를 보고

by 조유상

모범택시 080-505-8282

죽지 말고 전화하세요.

대신 해결해 드립니다.


우리는 당신의 억울함을 듣고 싶습니다.


이 듣는다는 적극적인 행동 아닌 행동이야말로 얼마나 정중동의 행동이려나.


말하기보다 듣기가 에너지가 몇 곱절 쓰이는 일이라는 건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것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말이 아니라 그 말하는 사람의 억울함이나 절실함이

간절할수록 듣는 일은 그야말로 기 빨리는 일이다.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 작가가 남편과 함께 홍동 우리 동네 '밝맑도서관'에

와서 강의할 때였다. 남편이 자기 아내 정혜신 작가(작가로서 왔을 때였으니)를 두고

말했다. 현장을 주로 많이 다니는데 숨도 못 쉴 정도로 호흡이 가쁘고 벌벌 떨며 들어갔던

내담자도, 화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이도 정혜신 씨에게 응급 공감을 받고 나오면

하나같이 편안해하며 나오더란다. 그게 바로 공감의 CPR(심폐소생술).


숨 넘어가는 사람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는 이, 응급처방, 특급공감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걸 안다면... 그것만으로도 살 수 있겠지. 거기다 따뜻한 온기까지 불어넣어

준다면 말해 뭘 해. 눈물 끝 마르고 바로 살 힘을 얻게 되는 거 아니겠어?


억울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니 죽음보다 못한 삶, 살아서 지옥을 경험하는 이에게 복수라는

통쾌한 숨통을 선물하는 드라마, 그게 바로 모범택시.


모범적인 경찰이나 검찰, 그 어디서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 속, 가해자는 멀쩡히 살아

돌아다니는데 정작 피해자는 갈피를 잃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 하는 절박함 속에

'복수'라는 응급조치를 해주는 모범택시.


사례 사례마다 공감이 간다. 베트맨 같은 저런 모범택시단이 꾸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악한 무리들이 있구나, 세상에는. 평범한 일상에는 가리어진 구석구석마다 존재를

흔들어대고 평화를 깨는 이들 역시 참, 열심히는 산다. 그 '열심'이 다른 이를 해치는데

나침반을 두고 있어 아득하게 멀고, 단순히 안타깝다고 말하기엔 너무 뒤틀린 삶을 살아간다.

뒤틀린 사실조차 모른 채.


그 택시에 승차한다는 건 바로 응급조치가 필요한 사람. 들어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시원하게 복수까지 해준다니,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지 않는가. 보기만 해도 절반은

해소가 되는 기분을 짭짤하게 먹을 수 있다. 억울한 눈물을 씻어주는 저리 씻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좀 없었으면 좋겠다.


글이, 노래가,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이 치료제가 되고 활명수가 되고 보온팩이 되고 따뜻한 온돌,

따끈한 붕어빵과 군고구마가 되는 거라면, 기꺼이 거기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마음이 불끈

들게 하는, 온기로 전해오는 드라마에 가끔은 퐁당 빠져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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