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년생, 가성비 뮤덕, 동양화 전공자

뭐 하고 살지?

by 서민주

초등학생 때 시작한 미술, 예중, 예고, 재수를 거쳐 서울대 동양화과를 다니고 있는 인터뷰이.

내가 아파트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타고 있을 때였다. "민주야! 나 서울대 붙었어!"라고 디엠이 왔다.

솔직히 난 이 친구가 붙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붙었다고 하니 내가 다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유치원생 때부터 같이 다녔던 친구와 함께 10대를 치열하게 보내고, 원하는 학교에 합격해 대학생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달까... 가끔 이 친구와 서로의 아싸 썰을 풀곤 했는데, 이런 얘기를 자존심 상하지 않고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 친구를 지금부터 '동그라미씨'라고 부르겠습니다.

동그라미씨에게 섭외연락을 했을 때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난 후 반응은 다음과 같다.








나: 뮤덕으로서 동그라미씨의 일상이 가진 특징이 있나요?

네. 저는 ‘가성비 뮤덕’의 삶을 산다고 항상 말하고 다녀요. 저는 한 달에 딱 하나의 뮤지컬만 예매해요. 보통 한 달 전에 공연을 예매하잖아요. 저는 그럼 그 한 달을 정말 그것만 보면서 살아가는 거죠. ‘정말 뭐 알바하다가 너무 힘들어.’ 이런 느낌이 들 때, 예매해 놓은 뮤지컬 공연 날짜를 보면서, 2주만 버티자! 이런 생각을 해요.


나 : 확실히 정해진 진로가 없어도 이런 걸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을까요?


대부분은 미술관에 가면 티켓 사고, 도슨트의 설명에 따라 둘러보잖아요.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미술관에 가면,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저의 발소리를 듣고, 그냥 그림을 봐요. 굳이 설명을 잘 읽지도 않아요. 그저 좋은 시각적 자극을 받고 다시 또 다음 작품을 보러 가요. 다시 또각또각하는 발소리를 들으면서요. 그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냥 그걸 즐겨요. 그러다 잠시 의자에 앉아있고, 앞 과정을 반복해요. 이게 제가 미술관을 향유하는 방식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어려워해요. 솔직히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저도 그래요. 현대미술을 보러 가서 설명을 읽으면 ‘이 작품은 이성과 관념…’ 이런 어려운 말들이 가득해요.

솔직히 그걸 읽어도 이해도 안 되고, 그래서 이 설명하고 작품하고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 나는 현대미술하고 안 맞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르네상스 미술관에 갔어요. 근데 그것도 어렵 더라고요.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어요. 냄새도 좋고 소리도 좋은 그런 전시회요. 그림 옆에도 딱히 설명을 많이 쓰고 싶지 않아요. 그냥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느끼고 싶은 거. 그걸 충분히 본인이 자유롭게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우리가 하늘에 있는 구름을 보면서도 다 다른 생각을 하잖아요. 어떤 사람은 저 구름이 해파리 같다고 느끼고, 또 다른 누군가는 멍멍이 같다고 생각하죠. 저는 저의 전시회가 사람들에게 그 시간만큼은 현실의 어떤 것들과 단절된 상태로 본인이 느끼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요즘은 정보가 과도하게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저의 전시에 온 사람들에게마저 굳이 정보를 욱여넣고 싶지 않은 마음이에요. 그냥 그 안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나 : 학교에서 전시를 할 땐 그런 생각을 반영할 수 있나요?

그건 힘들죠. 교수님께 설명해야 하니까요. 저는 사실 저의 작품을 교수님께 설명할 때 ‘아! 교수님 저 이거 그릴 때 그냥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하고 싶긴 한데… 아마 그러면 교수님께서는 ‘알겠어요 학생 C+ ‘ 이러시지 않을까요? 하하하


나 :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가정하에, 미술 작가의 꿈과 회사에 취업하는 것 중 어느 쪽을 더 희망하나요?

당연히 작가로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제가 좋아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회사에서는 동양화 쪽으로는 디자인을 잘 안 하니까요. 물론, 혹시 몰라 이번 방학부터 디자인 공부도 하고 있긴 해요.


나 : 동양화 어필부탁.

아직은 아니지만, 저는 동양화가 외국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매력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익숙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해 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게 하거든요.


더 많은 인터뷰내용은 다음에...



사실 인터뷰 주제가 <뮤덕>에 더 맞추어져있긴 하다. 그렇지만 지금 동양화를 전공하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인터뷰이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한 가지 재미있는 썰은, 동그라미씨는 기독교 가정인데 동양화 전공이다 보니 불교에 대해서만 학교에서 매번 배운다는 것이다. 석가모니 공부하다가 집 가서 찬양가 부르기. 참신한 걸?


뮤덕으로서의 정체성은 동그라미씨에게서 빼놓을 수 없다. 오랫동안 옆에서 동그라미씨를 보았던 나는 동그라미씨 덕분에 다양한 뮤지컬을 접할 수 있었다. 하루는 동그라미씨 집에서 잠을 잔 적이 있는데 그날 밤 동그라미씨가 유튜브에서 뮤지컬 레드북의 <나는 야한 여자>라는 넘버를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레드북의 넘버들에 빠지게 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건 민경아 배우님의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성규배우님의 <사랑은 마치>이다. 정말 수도 없이 들었다. 특히 샤워할 때 머리 감고 컨디셔너 바른 후 '나~는... 나를 말~~~ 하는 사람!!!' 이렇게 불렀다. 그리고 버스에서는 내적으로 '이른 아침~ 온 세상에~~~' 이렇게...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내가 뮤지컬 넘버를 통해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힘들었을 것이다. 알았더라도 정말 늦게 알았을 것이다.


주변에 나와는 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둔다는 건 그 자체로 자신의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와 이야기하면 , 특히 뮤지컬을 주제로 이야기하면 정말 친구가 신나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걸 볼 수 있다. 원래 말이 많은 친구가 아닌데도 좋아하는 분야에서 만큼은 신나서 말하는 게 느껴진다.


처음엔 뮤지컬을 왜 좋아하지? 비싸고.. 뭐 드라마처럼 자극적인 것도 없고! 이런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을 접하게 되었고 나도 뮤지컬 넘버들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또 어느 순간엔 뮤지컬 넘버를 듣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건 동시에 나의 취향을 다채롭게 만드는 과정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행복과 슬픔을 느끼는지 이해하는 길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나간 생각일수도 있지만, 이런 측면에서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은 곧,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면서 또 느낀 것은, 누구나 자신의 세계가 있다. 물론 그 세계는 외부의 많은 요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고 파괴되고 변형된다.


다른 사람의 세계에 들어가 보는 일, 그 세계에 설득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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