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퇴시켜줘 Nov 10. 2024

당근마켓은 돈을 번다고 생각하세요?

하이퍼로컬 전략으로부터 시작한 성공적인 모델


많은 사람들이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당근마켓은 뭘로 돈을 버는거지 ? 

생각해보면 당근 내에 어떠한 서비스도 (비즈니스 제외) 유저에게 과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수익모델이 없으면 오래 못 간다"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당근마켓도 처음엔 그렇게 보였다. PO로 일하면서 스스로 가장 경계한 것이 있다. 


"MAU(월간 활성 사용자)는 성장하는데, 돈은 벌고 있나?"


더 옛날에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초반에는 수익보다 사용자 락인이 중요합니다."  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당근마켓을 보니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들의 전략은 수익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듯 보였지만, 그게 그들에게는 맞는 길이었다.


당근마켓은 정말 그랬다. 그들은 이제 실제로 돈을 벌고 있다. 


당근마켓은 중고나라, 번개장터 같은 전국 단위 플랫폼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그들은 "3km 반경으로만 거래합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때의 내가 만약 이 회사를 컨설팅했더라면 아마 단칼에 잘랐을 것이다. "지역 제한을 두다니, 미친 거 아냐?" 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런데 이게 먹혔다.


당근마켓의 숫자를 보자.  

MAU: 1,900만 명. (국민의 절반이 당근마켓을 쓰고 있다)

누적 가입자: 3,600만 명


당근마켓의 '3km 반경' 전략이 왜 그렇게 강력했을까? 생각해보면 이건 단순히 거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동네 기반 거래는 사람들에게 '우리 동네 사람과 연결되는' 친근함을 줬다. 앱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내 옆집 사람일 수도 있고, 동네 슈퍼마켓 주인일 수도 있다. 이런 연결은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줬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초기에 당근마켓은 젊은층에게 정말 매력이 없었다. 올라오는 상품이 대부분 가정용품, 애기 용품이 많았다. 그래서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어플을 지우고 중고나라로 넘어간 기억이 있다. 


근데 사람이 많아지고 더 많은 상품이 리스팅되면서 당근은 구조적으로 휠이 돌아가게 되고 더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아마존의 플라이 휠 같다. 


더 많은 유저 -> 더 많은 공급자 -> 더 많은 상품 -> 더 많은 구매자 

그 후로도 당근마켓은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로컬'에 집중한다. 한국에서 성공한 전략을 영국, 일본,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한 번에 전국으로"가 아닌, "한 발씩, 한 동네씩"이다.



결국 매출을 내는 BM과 항상 병렬적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던 내가 틀렸다. 

당근마켓이 내게 남긴 교훈은 이거다. 플랫폼의 승자는 화려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신뢰'라는 것. 유저들이 즐기고 이용할 수 있는 '키 컨텐츠'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전) 쿠팡이츠 직원 한 명 잡고 물어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