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 5 - 빈센트 반 고흐
그림, 당신의 2세
고흐선생님.
선생이 묻힌 ‘오베르 쉬르 우와즈’ 마을, 동생 태오와 함께 나란히 누워 있는 묘지에서 당신의 예술적 열정과 인생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생애 마지막 짧은 시기를 그곳에서 살았다는데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더군요.. 정신 질환이 있는 당신을 마을에서는 싫어했다는데 지금은 당신으로 인해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있네요. 당신이 기거하던 여인숙, 교회, 시청, 마을, 밀밭 등 작품의 대상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으니 150년 전 당신이 산책하던 그 마을, 그 거리를 나의 벗들과 함께 작품의 행적을 따라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예상외로 경건해지더군요. 그것은 나만의 심정이 아니고 우리 그룹 모두가 느끼는 착잡한 심경이었답니다.
왠지 시야가 촉촉해지고 비 내리는 그곳 분위기처럼 애수가 넘쳐흘렀지요..
아마도 당신의 평범하지 않은 인생역정 때문이겠지요.
사 후, 선생님은 아주 유명한 예술가로 인정받고 있어서 art에 조금만 관심 있다면 당신의 생애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랍니다. 짧은 인생을 외롭게 살다 갔지만 당신은 결코 불행하지 않아요. 당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부양하고 있는지 아시나요? 암스테르담 ‘고흐 뮤지엄’과 관광지를 둘러보니 당신은 국가를 부양하고 있더군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생 전에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그림 한 점 밖에 안 팔렸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정신이 그렇게도 심하게 손상된 와 중, 어찌 그림에 그토록 열정을 쏟을 수 있었을까요? 동생과 편지는 어떻게 그리 다정하게 나눌 수 있었나요? 훌륭하고 위대합니다..
그림으로 삶과 정신세계를 표현하여 영원히 생존하고 후대, 후손을 부유히 살게 하고 있으니 이 보다 거룩한 인생이 또 있을까요? 당신의 업적은 인류의 한결같은 염원이지요..
어떤 이는 살아서 행복해야지, 죽은 후 부귀영화를 누리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지만 행복하기만 한 인생은 어차피 없어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고행이고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영면에 듭니다. 아프지 않고, 죽지 않는 사람은 없지요. 눈 감은 다음에야 그 인생에 대해 진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당신은 영웅입니다.
질병과 투쟁하며 필사적으로 남겨 놓은 그림은 귀하디 귀한 당신의 2세입니다. 그들은 영원히 살아 길이길이 효도할 것입니다. 자신들을 세상에 탄생시킨 아버지의 고통을 인정하고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흐 선생님...